<포럼>쿠팡 같은 유니콘 기업도 내치는 규제

기자 2021. 2. 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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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한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IPO)을 신청했다.

지금까지는 비상장기업이라 지배구조에 관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었으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가 공개되면서 여러 가지 정보가 노출됐다.

이번 IPO는 지주회사인 미국 쿠팡엘엘씨를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기업이 외국에서 상장하면 공모주 청약도 힘들고 상장 이후 주식을 매입해도 세금과 외환거래 수수료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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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한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IPO)을 신청했다. 지금까지는 비상장기업이라 지배구조에 관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었으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가 공개되면서 여러 가지 정보가 노출됐다. 미국 국적의 교포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일반(클래스A) 주식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행사하는 클래스B 주식을 다량 보유함으로써 과반수 의결권을 확보한 사실도 알려졌다.

차등의결권은 한국 상법에서 인정되지 않는데 어떻게 이런 지배구조가 가능했을까? 국내에서 영업하는 쿠팡㈜은 2013년 한국 상법에 따라 설립됐다. 그러나 지분 100%를 보유한 쿠팡엘엘씨는 미국 회사다. 이번 IPO는 지주회사인 미국 쿠팡엘엘씨를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것이다. 신주 발행을 통해 최소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조달해 한국 쿠팡에 출자한다는 구상이다. 예상 기업 가치는 55조 원으로 평가되는데 3조 원을 투자한 비전펀드는 18조 원의 차익을 얻을 전망이다. 영업은 99% 이상 한국에서 수행하지만, 상장에 따른 투자이익은 미국에서 배분하는 구조다. 의결권이 아닌 지분율에 따라 분배되는 배당금의 최대 수혜자는 다국적 투자자를 집결시킨 비전펀드다.

우리나라 상법의 경직적 의결권 규제와 자신의 불충분한 재력을 잘 아는 김 의장이 애초부터 미국 증시 상장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유능한 창업주라도 기본 재산이 없으면 경영권 유지가 어렵다. 기업이 고속 성장하면 늘어나는 증자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차등의결권과 스톡옵션이 일반화한 미국 증시에서의 경영권 유지가 훨씬 쉬운 점을 김 의장이 인식했을 것이다. 사실 시장 규모가 별로 크지 않은 e커머스에서 한두 기업의 독식은 다른 기업에는 재앙이다. 재래시장 및 영세 마트 자영업자는 e커머스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동업계의 희생을 딛고 성장한 선두 주자가 국외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로 치켜세운 것은 생뚱맞다.

주식시장은 국민의 투자원인 동시에 배당금과 주식 매매차익 과세로 국가 재정에 도움을 준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기업이 외국에서 상장하면 공모주 청약도 힘들고 상장 이후 주식을 매입해도 세금과 외환거래 수수료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e커머스처럼 국내시장의 파이를 나누는 기업끼리 경쟁은 고용이나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긴 어렵다. 쿠팡이 한국 시장을 거점으로 아시아 다른 국가로 투자 확대를 표명하지만, 미국에 상장된 지주회사가 국가별 자회사를 기획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를 통해 지나친 금융 규제의 역기능을 인식해야 한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상장 요건은 성장성 있는 기업의 싹을 자르고 회계분식을 유혹하게 된다. 투명한 회계처리로 재무와 손익 상태를 적정히 표시하면 시장에서 투자자가 평가해 투자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손상차손도 투명하게 계상하되 코로나 충격을 고려해 상장심사와 신용평가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게 합리적이다. 규제 혁파로 투자 의욕을 북돋아야 일자리 확충으로 복지국가를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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