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금법 개정안 반대..가정폭력 막겠다고 집마다 CCTV 설치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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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 오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명백한 빅브라더법"이라며 "세계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가 없다"고 정면 반발했다.
한은은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금융결제원을 통해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 업체들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 없이 수집하게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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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동의 없이도 금융거래 정보 수집, 세계 유례 없어"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한국은행이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 오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명백한 빅브라더법"이라며 "세계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가 없다"고 정면 반발했다. 개정안이 당사자 동의 없이도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를 수집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빅브라더 논란'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한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내 법무법인 2곳에 해당 사안에 대한 법률 검토를 의뢰해 최근 답변을 받았으며, 이를 참고해 한은의 입장을 정리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한은은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금융결제원을 통해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 업체들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 없이 수집하게된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은 빅테크 업체들의 고객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금융결제원에 대한 허가·감시·감독·규제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는 금융결제원에 수집된 빅테크 거래정보에 대해 별다른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금융위는 빅테크업체 거래정보 수집의 이유로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어 "특정 기관이 개인의 거래정보를 과도하게 취득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에 따른 '필요 최소한의 수집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 제17조 및 제10조에 근거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도 침해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은이 중국인민은행을 통해 확인한 결과, 중국 정부도 빅테크 업체의 내부거래를 들여다 보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세계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개정안이 빅테크 업체들의 거래정보 수집에 중앙은행의 지급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내용을 담은 것을 두고서도 한은은 "중앙은행 지급결제망이 '빅브라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급결제시스템은 경제주체들의 채권·채무 관계를 해소해 원활한 경제활동을 뒷받침해주는 금융시스템의 근간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지급결제시스템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한은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한은은 "이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해 놓은 지급결제시스템을 소비자 감시에 동원하는 것"이라며 "한은은 지급결제시스템을 최종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으로서 지급결제시스템이 '빅브라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한은은 이어 "이번 전금법 개정안은 디지털금융의 혁신과 안정을 위한 법·제도의 정비가 목적"이라며 "이러한 목적에서 벗어나 개인정보 수집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아래의 '빅브라더' 관련 조항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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