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와 바이든 시대.. 외교 줄타기 시험대 된 동남아 [아세안 플러스]
미얀마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동남아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틴 슈레이너 버그너 유엔 특사는 전날 미얀마 사태 이후 일련의 시위와 대규모 진압 관련,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는 전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쿠데타 세력의 잔혹한 탄압을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도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미얀마 사태를 방치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미얀마를 포함한 동남아는 미국이나 중국 입장에서도 만만한 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동남아는 전체적으로 10개 회원국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가입해 외부의 도전에 대해서는 강력한 목소리를 내면서 내부적으로는 느슨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인도, 한국, 등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역내 이익도 도모하고 있다.
◆‘우호 관계·맞설 능력’ 갖추는 게 동남아 지도자 덕목
동남아를 잘 아는 외교관 혹은 정치학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동남아는 미국과 중국 등 어느 강대국도 힘으로 무너뜨리지 못하는 곳”이라는 표현이다. 베트남이 미·중에 안긴 경험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하며 치욕을 경험했으며, 중국은 중월전쟁에서 선공을 했다가 그 몇 배에 달하는 베트남의 보복으로 고전을 겪어야 했다. 다른 사례도 차고 넘친다. 필리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거침없는 언사를 벌여 한발 물러나게 했으며, 인도네시아는 자국 영해에서 불법조업한 중국 선박을 폭파해 버리기도 했다.
이런 행동은 오랜 역사적 경험과 통찰의 연장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베트남 지도자라면 중국도 미국도 자국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배짱을 갖춰야 한다. 중국 지도부와 우호관계를 맺어야 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당당히 맞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베트남 지도자에게 부여된 핵심 덕목이다. 때론 이들 덕목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지도자는 신뢰받지 못하게 된다.
유일한 예외가 1940년대 초 일본이다. 일본은 당시 일시적으로 이 지역을 장악했다. 그때를 제외하고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 속에 긴장 관계를 드러내왔던 곳이다. 동남아는 아세안 우산 아래, 때론 개별 국가 이름으로 미·중이 처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해 왔다. 10개 국가를 쭉 살펴보자. 중국이 비교적 약소국인 캄보디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친중 혹은 친미 국가로 분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캄보디아도 그나마 지도자 훈센 총리의 개인적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경우다.
◆미국도 중국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아세안
중국은 최근에도 동남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렸다가 오히려 후폭풍을 경험하기도 했다. 2018년 말레이시아 총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쿠알라룸푸르 주재 중국 대사는 말레이시아 여당연합에 참여하고 있던 중국계 정당인 말레이시아화교연합회(MCA)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를 선언했다가 정권이 교체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총선 이후 다시 총리가 된 모하멧 마하티르는 중국의 개입 행태를 노골적으로 비판했으며, 중국과 진행하기로 했던 일부 프로젝트를 취소하기도 했다.
개별국의 입장은 아세안 우산 아래에서는 회원국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유연하게 수렴된다. 동남아 내륙 5개국이 연관된 메콩강 유역 문제나 남중국해 도서들에 대한 영유권 문제에 일부 국가가 중국과 갈등 관계이지만, 아세안 국가는 회원국 입장을 가급적 지지하는 방식의 공동성명을 내놓고는 한다. 단적으로 개별 국가의 목소리를 키우는 한·중·일 3개국의 동북아 국제정치와는 궤를 달리한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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