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의사 대면진단 없이 '필요시 강박' 계속하면 안 돼"

유희곤 기자 2021. 2.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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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신의료기관에서 전문의의 대면진단 없이 ‘필요 시(PRN) 강박’ 처방을 하는 것은 환자의 신체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높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7일 진정인 A씨가 자신이 입원한 정신의료기관 B병원을 상대로 낸 진정 일부를 인정하고 B병원에 필요시 강박 지시 관행을 개선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며 신체적 제한에 관한 기록을 누락한 직원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15일부터 B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는 입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강박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B병원은 A씨를 입원 초기 3일 동안 1차 3시간50분, 2차 4시간, 3차 14시간, 4차 2시간 등 총 23시간50분 강박했다.

보건복지부의 ‘격리·강박지침’은 강박은 1회 최대 4시간, 연속 최대 8시간으로 규정한다. 최대 허용시간을 초과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평가 등을 해야 한다.

인권위는 A씨에 대한 3차 강박이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B병원은 A씨가 난폭한 행동을 계속해 강박을 할 수밖에 없었고 주치의가 퇴근하면서 ‘환자 상태 심각 시, 공격성 표출이 심할 경우 강박 가능하다’고 지시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권위는 주치의가 퇴근한 후에는 당직의가 A씨를 대면평가했어야 한다고 봤다. 또한 B병원 간호사들이 주치의의 ‘필요 시 강박’ 처방을 격리 및 강박실행일지에 ‘주치의 지시 하에’라고 기계적으로 기록하는 등 필요 시 강박 처방이 관행화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자신의 입원조치는 적법하지 않았고, 입원 당시 폭행을 당했으며, 휴대전화 사용 제한이 과도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A씨가 교도소 출감 후 난폭한 행동을 지속해 부모가 전문의와 면담한 후 A씨의 입원절차를 진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 주장과 달리 A씨의 부모는 치매가 아니며 고령·질병·장애 등으로 보호의무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결론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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