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이동량은 줄었는데.. 근거도 없이 국민 탓 하는 정세균 총리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2021. 2. 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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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확진자 수 600명대..검사량 주말 대비 2배 늘어
정 총리 "해이해진 방역의식" 탓했지만..시민들 이동량 오히려 줄어
시민들 "오락가락 방역정책 피로한데..국민 탓 하나" 분노
[서울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0여 일만에 다시 600명 대로 올라선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정 총리가 “일부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해이해진 방역의식이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탓이다. 정부가 확진자 수가 여전히 300~500명 안팎을 오가는 등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를 낮추고 영업제한 시간을 연장했는데 공연히 지친 시민들의 방역 의식을 문제 삼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말 잘 듣는 시민들···주말 이동량은 오히려 줄었다

17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일 확진자 수 급증의 요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설 연휴 직후 검사 수가 증가한 것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윤 총괄반장은 “설 연휴에는 평균 4~5만 건의 검사가 이뤄졌고 월·화요일(15, 16일)에는 두 배에 해당하는 8~9만 건의 검사가 이뤄졌다”며 “설 연휴 타지로 이동한 경우 검사를 적시에 받지 못한 상황 등이 있어 (확진자 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정부 집계에 따르면 전일 전국 선별진료소에서는 4만7,077건, 임시선별검사소에서는 3만3,653건의 대규모 검사가 이뤄졌다.

시민들의 이동량은 줄었다. 복지부가 통계청이 제공한 휴대전화 이동량 자료를 기초로 이동량 변동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주말(2월 13~14일) 동안 이동량은 수도권 2,725만6,000건, 비수도권은 3,253만3,000건으로 거리두기 상향 직전 주말(11월 14일~11월 15일) 대비 24% 가량 감소했다. 직전주말(2월 6일~2월 7일) 대비로도 6.3% 감소한 수치다. 비수도권의 경우도 주말 이동량은 직전주말 대비로는 14.6% 늘었지만 거리두기 상향 직전 주말과 비교해서는 14.7% 줄었다.

올해 설 연휴 4일간 전국 이동량은 1억2,650만 건으로 지난 해 추석연휴(4일) 대비 17.8% 줄었으며, 전년 설 연휴 4일에 비해서도 22.7% 감소했다. 설 당일 전국 이동량이 2월 평균 대비 18.9% 늘어나긴 했지만 시민들이 가족 간에도 5인이상 모이지 못하게 한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면서 전반적으로 연휴 기간 내내 이동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날 확진자 수가 늘어난 이유는 주말 대비 대폭 늘어난 검사 수 영향이 크며, 귀뚜라미보일러 아산공장의 집단감염 등 일부 기업, 교회 등에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산발적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탓으로 보는 쪽이 합리적이다.

‘춤추기’ 때문에 600명?···시민들 쌓인 피로도에 부채질하나

문제는 이날 오전 정 총리의 발언이다. 정 총리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낮춘 것은 방역을 느슨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결코 아니다”라며 “살얼음판을 걷는 방역상황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곳곳에서 드러나는 해이해진 방역 의식”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해이해진 방역의식을 설명할 수 있는 사례로 “새벽 5시부터 문을 연 클럽에서는 마스크 쓰기와 춤추기 금지 등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영업시간 제한으로 밤 10시에 술집이 문을 닫으면, 인근 숙박업소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례는 설 연휴가 지나고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해 말 확진자 수가 1,000명 대로 불어나자 방역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카페,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9시로 제한했고, 이에 따라 일부 시민들이 우회적 방법으로 방역 지침을 어기는 사례가 있었다. 이날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또한 증상이 발현한 후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이날 발생한 확진자는 대개 설연휴 혹은 그 이전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마치 방역수칙의 빈틈을 찾아내 악용했다는 듯한 발언은 자칫 확산세의 원인을 모두 국민에게 돌린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전문가 “거리두기 완화하면 확진자 줄일 수 없어”

일부 전문가들은 4차 대유행이 생각보다 빠르게 올 수 있는데 연휴가 지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정부의 방역의식을 지적하기도 한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확진자 감소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라며 “외국의 사례에서도 연휴는 급격한 확진자 증가와 어느 정도 관련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2월 말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위기 의식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높다.

정부가 방역 의식이 해이해질 만한 분위기를 조장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확진자 수가 1~2주간 500명대에서 300명대를 오가면서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 됐는데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낮춘 주체는 정부”라며 “하루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고 모든 잘못의 원인을 국민에게서 찾는 건 책임 회피”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이유다.

총리 발언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방역 당국은 수습에 나섰다. 이날 브리핑에서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기준에 진입한 지) 최소 1주일 이상 되었기 때문에 거리두기 단계는 확진자 수 등을 고려한 기준에 맞춰 조정했다”며 “방역에 대한 긴장도는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 수 등을 고려할 때 거리두기가 계속 강화된 방식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단계에 맞춰 조정이 이뤄지고 앞으로도 그런 원칙을 견지해 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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