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 IMF보다 더 혹독"..대구 화훼업계 휘청

이지연 2021. 2. 17. 11: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꽃이 만발하는 계절,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지역 화훼업계는 여전히 웃을 수 없다.

김태흔 대구꽃백화점 상인회장은 "지난해는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심정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꽃 시장 전체가 얼어붙어 사실상 막막하다. 수입되는 종별도 많아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가격을 낮춰도 졸업식과 입학식 대부분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니 판매가 도무지 되질 않는다"며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에게도 '비대면'은 그야말로 빙하기 그 자체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졸업식' '랜선차례' 등 트렌드 변화에 앞날 막막
'반려식물 키우기' 등 여가생활 변화에 따른 자구책 마련에도 매출 증대 역부족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17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동 꽃백화점에서 만개한 꽃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2021.02.17. ljy@newsis.com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꽃이 만발하는 계절,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지역 화훼업계는 여전히 웃을 수 없다.

형형색색 고운 빛깔로 만개한 꽃들과 형광등에 장애물 없이 그대로 반사된 시멘트 바닥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좁은 통로마저 바닥이 보일 정도로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적막함마저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지난해부터 화훼업계는 그야말로 1년 내내 꽁꽁 얼어붙었다.

졸업시즌에 명절 성묘와 승진 축하 등 연초가 대목이지만 행사들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어 수요가 급감했다.

17일 대구 북구 칠성동의 꽃백화점에는 33곳이 영업 중이었다. 이 중 1곳은 지난 하반기에 결국 문을 닫았다고 했다.

지난해 ‘꽃값 반값행사’라는 파격적인 자구책도 내놨지만 재정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공기관의 행사와 판매 독려에도 원가 맞추기가 어려웠다.

10년 넘게 꽃 장사를 해왔다는 상인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지난해도 겨우겨우 버텼다. 연초부터 봄 시즌이 1년 중 가장 대목인데, 올해는 각종 행사 관련 꽃 주문이 거의 없다. 사람 구경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12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동 꽃 백화점이 비대면 졸업식 등 꽃 수요 급감으로 인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01.12. lmy@newsis.com

경매시장에서 들여오는 물량도 반 토막이 났던 지난해보다 더 줄었다. 생화 특성상 조금이라도 시기가 지나면 상품 가치를 잃기에 소매상에서 꽃이 소진되지 않으면 경매시장 주문 자체도 줄 수밖에 없다.

김태흔 대구꽃백화점 상인회장은 "지난해는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심정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꽃 시장 전체가 얼어붙어 사실상 막막하다. 수입되는 종별도 많아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가격을 낮춰도 졸업식과 입학식 대부분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니 판매가 도무지 되질 않는다"며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에게도 '비대면'은 그야말로 빙하기 그 자체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17일 오전 대구 동구 불로동의 화훼단지 앞에 놓인 앙상한 묘목 가지들이 썰렁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2021.02.17. ljy@newsis.com

동구의 불로화훼단지에도 봄바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불로동에 있는 화훼단지에는 현재 전체 65곳의 판매장이 있다. 월세 부담으로 최근 1곳은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다.

1980년대 형성된 이곳 단지에는 관엽식물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주로 가정에서 소비하는 품목들이 많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적용 이전엔 공공기관 선물용으로 호황을 누렸다. 정부가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김영란법 상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한도를 한시 상향했지만 그래도 구경하는 사람들조차 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설 명절 연휴기간 따뜻한 날씨 덕에 잠시나마 활기를 띠었지만 소비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조로, 가족 간의 만남조차 제한되는 상황이 되다보니 '가정의달' 반짝 특수도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고 업주들은 입을 모았다.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17일 오전 대구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 내 한 판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02.17. ljy@newsis.com

다만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플랜트인테리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기 시작해 키우기 수월한 종류를 비롯한 공기정화기능 등이 있는 식물들이 그나마 인기라고 했다.

‘반려식물 키우기’ 등 여가생활 변화에도 아직까지 매출 증대효과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성영락 불로화훼단지 상인회장(자연농원 대표)은 "회원 대부분 30년 이상 종사한 분들이다. 지난 IMF(금융위기)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고 하소연했다.

성 회장은 "업종 특성상 겨울철 온풍기나 연료비 부담이 상당하다. 판매장 3분의1이 업주 본인 소유여서 유지비 등을 포함해 근근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조합원들 경우 지난해 지원도 조금 받았지만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현재로선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y@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