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집중해야하는데 또 검찰 갈등..신현수 파문에 文 곤혹
코로나 백신 접종, 4차 재난지원금 등 민생 이슈 산적
4월 재보선에도 악재 긴장..민정비서관 등 인사 신중
임기말 '일하는 정부 집중' 올해 기조 흔들릴까 우려
법무부-민정수석실 관계 설정 文대통령 교통정리 주목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신현수 민정수석의 돌연한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17일 신 수석의 사의 사실을 밝히며 법무부과 이견에서 촉발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검사 고위급 간부 인사를 법무부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점, 대통령의 재가까지 이뤄진 사안이란 점을 종합적으로 비춰봤을 때 민정수석실 내부 이견도 이번 사의에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검찰 측 의견을 반영하고자 했던 신 수석과 법무부 간 의견이 상충하면서 갈등이 불거지자 청와대 안팎에서는 "지난해 12월을 법검 갈등을 연상케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일하는 정부'를 표명하며 새 출발에 나서고자 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국면으로 떠들썩했던 지난해 12월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민생에 집중하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신년 구상도 흔들리면서 고심이 커지게 됐다. 당장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검찰 갈등 국면으로 프레임이 굳어질 경우 집권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 수석은 설 연휴 전후로 두 차례에 걸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일 주말 밤에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자신이 패싱 당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검찰 중간 간부 인사 과정에서도 신 수석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갈등이 더욱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신 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을 공식화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4명이 났다. 그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견해가 달랐다"며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참모 사의 표명을 청와대가 공식 확인해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사의를 반려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민정수석은 단 한 차례 회의에 빠진 일이 없었고 오늘도 아침 현안회의에 참석했다"며 "거취 문제는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사의 파동으로 또 검찰을 둘러싼 이슈에 빠져드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4차 재난지원금 등 민생 이슈가 산적해 있는데 법무부-검찰 갈등 국면으로 정국이 굳어질 경우 '일하는 정부'에 집중하고자 했던 올해 기조가 깨지게 된다는 내부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번 사의 건의 촉발점은 검찰 간부 인사에서 법무부와의 이견이라는 점을 명확히 짚었지만,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간의 민정수석실 내부 갈등이 드러난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단순히 검찰 인사 문제만이 아닐 것"이라며 "한 달여간 누적된 갈등이 불거진 모멘텀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소란스러웠던 검찰 갈등 수습을 위해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윤석열 징계국면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김영식 법무비서관, 이명신 반부패비서관은 유임시키면서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비서관과 이 비서관은 지난해 말 물러나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올 초부터 민정수석실 개편설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민정수석의 실무 역할을 할 비서관실이 '법검 갈등' 사태 이후로 검찰 측과 소통이 원활치 않으면서 신 수석은 주변에 무력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산하 비서관실은 현재 검찰 쪽 라인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거기서 수석이 느끼는 무력감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찰 출신' 프리미엄을 정작 누리지 못하면서 결국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민정수석실 개편 속도 조절에 나선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 반부패비서관 교체를 위한 후임 검증에 나선 상태지만 자칫 이 비서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청와대 vs 검찰' 갈등 프레임으로 옮겨지면서 원치 않게 지난해 12월로 회귀할 수 있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 사의 건으로 다시 부각된 검찰 이슈에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초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지금부터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함께 협력해 검찰개혁이라는 대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또 더 발전시켜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등 미래 발전적 기대를 쏟아내며 법검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내재된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형국이다.
게다가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불거진 검찰발 이슈는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도 악재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 갈등 프레임이 불거지면 문재인 정부로서는 '무능 프레임'에 걸려 버린다"며 "지금은 일할 때이지 검찰과 싸우는 프레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위급 검찰 간부 인사가 이번 갈등 촉발의 계기가 된 만큼, 남은 중간 간부 인사 등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관계 설정에 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교통정리에 나설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신현수(검찰 출신) vs 이광철(조국 라인)' 갈등 프레임엔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고위관계자는 "이번 (검찰 고위급) 인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내부에 이견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또 "기사들은 마치 이광철 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의 편을 들고 민정수석을 패싱해 사표에 이르게 됐다고 썼다"며 "제 명예를 걸고 사실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이 보는 인사 방향과 법무부 인사와 검찰 쪽에서 원하는 인사 사항이 다를 수 있다"며 "민정수석은 중재를 하려는 의도였고, 그게 진행되는데 (법무부 측에서) 발표가 돼버리고 하는 것에 대해 민정수석이 사의를 낸 것 같다"고 추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d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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