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인터뷰-김강립>"1억명 접종에도 '백신에 의한 사망' 아직 없어.. 안심하고 맞아도 돼"
26일 첫 코로나 접종… 안전성 검증 김강립 식약처장
英서 AZ 1000명당 4명 ‘이상’
오히려 고령층 빈도 적게 나와
백신으로 허가하는 데 이견없어
임상영역은 식약처 아닌 질병청
고령층 효과 확신 못해 ‘조건부’
다른 백신의 안전성·유효성도
조직적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많은 국민이 기다리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국내 허가 및 접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에 가장 먼저 허가를 신청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신속 심사 등을 거쳐 설 연휴 전인 지난 10일 공식 허가됐으며, 연휴가 끝나자마자 15일 질병관리청은 오는 26일부터 65세 미만 고위험군에 첫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세부일정을 공개했다. 연내 집단면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도 신속하게 접종을 진행해야 하는 시점이다.
전 세계에서 이미 1억 명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음에도, 사상 유례없이 단기간에 개발된 백신인 만큼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외 일각에서는 백신 의무접종 거부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안전한가’일 수밖에 없다. 백신의 심사 및 허가, 안전성 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15일 만나 안전성부터 물었다.
―백신은 과연 안전한가.
“식약처 검증은 과학적 근거를 빼고는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분명 현재 모든 백신은 대규모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적 의약품 검증에 비해서는 불완전한 부분이 있지만, 이 정도라면 접종할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안전성에서는 안심하고 맞아도 된다. 또 이미 1억 명 가까이 접종한 상황에서도 심각하게 백신 원인에 의한 부작용이나 사망 사례 등이 나온 것이 없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허가 과정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안전한가, 또 하나는 효과가 있느냐다. 안전 이슈는 비교적 없었다. 특히 고령층 안전 문제도 같이 봤는데 예측 가능한 평균 이상 반응을 봤을 때, 아스트라제네카는 오히려 고령층에서 적게 나타났다. 영국에서도 150만 도스를 투약한 이후 이상 반응을 체크해 봤더니 1000명당 4건 정도 나왔는데 오히려 고령층 빈도가 적게 나왔다. 효과성도 있다. 90%대 예방률의 백신들이 나오다 보니 아스트라제네카의 60%대가 낮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는 넘었기 때문에 백신으로서 허가할 수 있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 문제는 고령층 효과 여부다. 허가 과정에서 일부 유럽 국가들이 고령층을 제한해서 이런 문제가 촉발됐고,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임상연구에 고령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 도달할 만한 숫자를 생산해내지 못했다. 과연 그렇다면 효과가 정말 없는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의 많은 논의가 있었다. 18세 이상 전체에서 효과가 있는데 65세 이상에서 효과가 갑자기 없어지겠느냐. 또 대리면역지표라고 면역을 몸에 지니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면역원성 지표에서 효과가 있었다. 특히 의미 있는 결과는 항체전환율이다. 접종 전후 혈액을 뽑아서 항체가 얼마나 의미 있게 증가하느냐인데, 이건 젊은층, 노년층 별 차이 없이 전환됐다. 효과가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식약처에선 조건부로 허가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통계적으로 유의미함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면역원성의 세 가지 지표가 백신과 관련해 국제적 전문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대리지표로서는 합의가 다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허가는 내리되 조건을 붙이자. 임상시험 참여자가 부족하니 3만 명 정도로 진행되는 임상의 중간값이라도 받아보자. 그 중간 결과를 4월 말까지 제출토록 조건을 붙였다. 다만 주의사항에 65세 이상 고령층은 충분히 근거가 없으니 신중하게 접종하면 좋겠다 이런 문구를 넣었다. 또 허가 이후 임상 현장에서 쓰이는 만큼, 면역 전문가들, 감염병 전문가들이 적절한 접종 기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논의하라고 했다.”
식약처가 질병청 예방접종위원회에서 논의하라고 허가한 뒤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유럽 27개국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똑같이 허가받은 뒤 이 중 7개국이 자국 내 임상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다르게 적용한 것”이라며 “국민 입장에선 식약처가 할 수 있는 결정을 질병청에 미룬 것처럼 보일 수 있겠는데, 허가 영역과 임상 영역은 다른 부분”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의 허가 발표 후 질병청은 예방접종전문위를 통해 임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65세 미만에 대해 우선 접종하고, 임상이 확보되면 65세 이상에도 접종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른 백신 허가 상황은.
“코로나19 백신은 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아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한다는 원칙 하에 진행하고 있다. 화이자는 3월 첫째 주 허가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고, 얀센의 경우는 사전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모더나는 국내에서 정확히 어느 회사가 이걸 위탁해서 할지 정해져야 우리도 구체적으로 사전에 자료를 확보해 검토가 가능하다. 그것이 결정되면 진행할 예정이다. 정식 신청하면 40일 내에 완료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최대한 맞추려고 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새로운 방식이어서 장기적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식약처는 제조사들로부터 위험 관리를 어떻게 할지 계획도 받는다. 진행 중인 3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1년간 추적 관찰하고, 미국과 유럽 접종자를 대상으로 약물 감시, 국내 시판 후 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상 반응은 분명 있을 것이다. 몇천만 명이 맞고 노인이 맞는데 이상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이런 이상 반응이나 의심 사례가 나왔을 때 과거보다는 훨씬 조직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질병청과 합동으로 조사하는 체계를 이미 갖춰놨다. 정부가 최선을 다해서 국민의 안전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김 처장은 식약처장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백신을 못 만든다는 게 얼마나 큰 설움인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김 처장은 “이번에 백신을 우리가 위탁생산을 하고 개발 경험은 없는데, 오히려 우리가 이런 기술을 압축적으로 습득하고 실용화할 수 있다면 큰 자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백신 개발 상황은 어떠한가.
“굉장히 어렵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위탁 제조는 해봤지만 설계도 못 하는데 갑자기 수소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어려운 건 임상시험이다. 우선 참여자 모집이 어렵다. 국민이 방역을 잘 지키는 게 좋은 일이지만 임상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환자가 많이 나오면 임상시험에는 용이한데, 우리는 참여자를 모집해도 확진자가 적을 가능성이 높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가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나.
“면역대리지표를 말씀드렸는데, 그런 지표가 만약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정립이 되면 임상을 작은 규모로 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면역대리지표를 빨리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변이 바이러스는 예방에도 중요하다. 변이 바이러스가 다양하면서도 빠르게 전파되는 양상이라면, 백신 변경 시 임상시험을 대규모로 다시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부분이 중요할 것이고 질병청도 같이 논의하겠지만 식약처가 개발 기업을 지원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올해 안에 국내산 백신이 개발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접종이 곧 시작될 텐데.
“지금부터는 여러 걱정도 있을 것이고 이런저런 정보가 넘치다 보니 필요 이상의 걱정이나 의심도 있을 것이다. 정부 전체가 이 점에 있어서는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가 가장 좋은 소통 방식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특히 접종에 있어서는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소통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상세히 알려드릴 테니 정부를 믿어 달라. 이건 줄다리기나 마찬가지다. 일부가 맞지 않겠다면서 같이 줄을 당기지 않으면 코로나19를 굴복시킬 수 없다. 국민이 얼마나 잘 협력하고 이해하며, 단숨에 이 일을 해내는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어왔지만 올해 한 번 더 단합된 모습을 보인다면 올해 말에는 훨씬 나은 현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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