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쓰고 아기 하루 25번 구토" "발진에 피·고름도"

기준치 초과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 욕조를 사용한 이후 다리에 발진이 생긴 아기의 모습. 피해 아기 부모 제공

- ‘환경호르몬 612배’ 아기 욕조 집단소송 나선 피해자들

“구토로 몸무게 5.5㎏ → 4.7㎏”

“건조해서 간지러운줄 알았는데

온몸 붉은 흉터… 후유증 여전”

요로 감염·심장 기능 저하도

“잘못된 제품을 사용해 아이를 아프게 했잖아요. 엄마인 저도 아이에게 2차 가해자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저가 생활용품 매장 다이소에서 팔리며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높은 실용성으로 ‘국민 아기욕조’라는 인기를 얻은 ‘물빠짐 아기욕조’를 사용한 피해자들은 제조·유통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취하고 있지만, 부모로서 아기에게 위험한 제품을 쓰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기도 했다.

17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4개월 차 아들을 둔 이모(여·33) 씨는 지난해 1월 한 맘카페를 통해 욕조를 구입했다. 하지만 욕조를 쓴 지 3일째부터 이 씨의 아들은 하루에 적게는 10회, 많게는 25회 이상 위액을 뱉거나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5㎏이던 아이는 구토를 심하게 해 몸무게가 4.7㎏까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아이를 대신해 욕조에 여러 차례 손을 담그고 나서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욕조 사용과 피부 발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취지의 소견서를 발급했다. 소견서에는 ‘욕조 마개에 의한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기타 화학물질에 의한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으로 접촉한 부위의 피부 발진, 부종 및 궤양 등의 피부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기재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같은 제품을 쓴 최모(여·33) 씨의 2세 아들도 피부 발진에 의한 가려움 등 아토피와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 최 씨의 아들은 귀와 배, 무릎 등에 생긴 붉은 반점을 긁어 피가 나고 고름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최 씨는 “병원에 처음 갔을 때는 단순히 날이 건조해 가려움을 느끼는 것이라며 처방해 줬지만, 욕조 때문에 이런 증상이 생긴 것인지 뒤늦게 알게 됐다”며 “지금은 아토피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흉터가 남는 등 후유증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욕조를 사용한 아이들 상당수가 피부 발진을 겪고 있으며 심하게는 요로감염 또는 심장이나 콩팥 기능이 저하돼 중환자실에 입원한 사례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다이소 측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증상에 대해 “진행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기욕조’ 영아 피해자와 공동친권자 등 총 3000여 명은 욕조 제조사 등을 고소했다. 해당 욕조는 안전성 인증을 거쳤는데도 환경호르몬이 기준치의 612.5배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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