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해야 할 일 2명이서.." IFC몰 극단선택 남성 아내의 호소

류원혜 기자 2021. 2. 17. 11: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스1

지난달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남성의 아내가 "남편은 업무과중에 시달렸다"며 단순 사망사건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청원을 올렸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얼마 전 IFC몰에서 극단적 선택한 사람 아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남편은 5살 딸과 주말마다 놀이터에서 놀며 행복해하던 아빠였고, 제게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해왔다"며 "그런 남편이 1월15일 IFC몰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먼저 이 일로 놀라셨던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남편이 뛰어내린 IFC몰은 평소 업무를 하던 회사 건물은 아니었다"며 "남편이 맡았던 2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공유오피스를 설치하기 위한 장소였던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남편이 이직한 지 4개월쯤 생각보다 빨리 팀장으로 승진했다"며 "서울시 수주사업을 하는 남편의 회사는 7명분의 인건비를 시로부터 받았으나, 전담 인원을 2명으로 진행해 인건비를 남겨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7명분의 업무량을 채우고 마감기한을 맞추기 위해 야근 후 하루 2~3시간 잠을 잤다"며 "자는 시간 조차도 책상에 엎드려 쪽잠 자며 프로젝트를 완성 시키려 발버둥쳤다"고 강조했다.

A씨는 "밝았던 남편은 점점 (어두워졌고) 백수여도 좋으니 회사를 그만두라는 가족들의 부탁에 퇴사를 결심했다"며 "하지만 남편은 하루 만에 '이번 프로젝트는 마무리해야 한다', '이걸 망치면 꼬리표가 붙어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없다'면서 퇴사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또 "남편은 사망 당일 아침, 새벽까지 일하고 2시간 자고 일어난 뒤 딸 얼굴을 쓰다듬고 '엄마 말 잘 들어야 해. 엄마 힘들면 아빠 속상해'라는 말을 남기고 출근했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그날로 돌아가 출근하지 못하게 할 걸 후회한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A씨는 "남편 장례를 치르고 뒤따라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유서도 없이 숨진 이유를 알고 싶어 남편 핸드폰을 살펴봤다"며 서울시 측과 남편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청원에 따르면 시 담당자는 A씨 남편에게 "프로젝트 진행 인원이 부족하다고 회사에 얘기하고 시정해라. 직접 얘기하지 못하겠다면 우리가 직접 회사에 얘기해 인원보강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A씨 남편이 "이번 프로젝트를 실패하면 어쩌냐"고 묻자, 시 담당자는 "그런 사례는 없었지만 만일 실패하면 손해배상을 요청할 거고 정부사업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통화 이후) 며칠 뒤 남편은 사망했다. 남편은 담당자의 재촉전화에 괴로워했다"며 "남편은 평소 업무 지시가 많아 중요한 회의나 통화는 녹취해놓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숨진 남편이 직장 상사로부터 "머리가 비었냐. 팀장 자격이 없다"는 등의 폭언을 수차례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남편 회사 측은 '업무 과중은 없었다'는 입장"이라며 "자가면역질환으로 하루 4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저에게 본인들 회사에 나와서 청소하고 월급받으라고 제안했다. 파렴치하다. 남편이 죽은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끝으로 "저는 단지 딸에게 '아빠가 회사의 비합리적 업무구조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삶의 전부였던 남편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게시된 지 하루 만인 17일 오전 10시30분 기준 46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서울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0대 남성이 IFC몰 지하 1층에서 지하 3층으로 투신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그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B씨는 사망 전 서울시 산하 기관의 위탁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서울시도 고인의 사망이 산하 기관과 연관이 있는지 등 경위 파악에 나섰다. 현재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3살 아이 방치됐던 빌라에 전기 쓴 흔적…사람 다녀갔나알몸 노출됐는데…그랜드조선제주, 사과·사우나 폐쇄하고 끝?해 뜨자 문 연 클럽, 수십명 흔들흔들…"춤 금지? 다 춥니다"배구 자매 '사회적 처벌' 괜찮나, 변호사들에 물으니'야옹이' 작가 싱글맘 고백…남친 전선욱 반응은?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