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의 최대 숙제는? 대입 연계·교사 역량 강화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학생들의 과목선택권을 넓히고 이와 연계한 평가 체제, 대입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게 골자다.
교육부는 정책 도입 취지와 당위성, 3년간의 연구·중점학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장밋빛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교육계에서는 과거 정권에서 만든 특목고, 자사고로 우수 학생들이 유출되면서 일반고가 황폐화됐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과목선택권을 주는 고교학점제로 일반고의 교육력을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자 뿐만 아니라 유승민, 심상정 등이 고교학점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로 고교학점제는 특목고와 자사고가 일몰폐지되는 2025년의 고교체제 개편과 맞물려 전면 도입된다. 특목고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각종 심화과목들을 일반고에서 개설하게 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다.
고교학점제는 학령인구 감소와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화에 맞춰 창의적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와도 들어맞는다.
교육부는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맞춤형 교육으로 자기주도적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데 정책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현장 실험에 들어갔다. 연도별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수는 △2018년 105개교 △2019년 354개교 △2020년 732개교 △2021년 1457개교(예정)로 차차 늘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 개인의 의지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소인수 강의 개설, 미이수 학점 취득자에 대한 보충수업, 학생 맞춤형 수업설계, 코티칭이나 원격수업같은 다양한 강의 방법 연구 등 새로운 업무가 많아진 반면 적절한 보상에 대한 논의는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의 추가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교원평가 기준에 각 교사의 교과지도 역량이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넣거나 예비교원이 다과목 지도에 대한 지도자격을 확보하면 보상을 한다든지 등은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한 교원 확충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고교학점제 모델에 기반해 새로운 교원수급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입 연계 방안도 큰 변수다. 고교 현장에서 변화가 일어나도 이것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고 3 교실은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다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고교에 대해서는 정책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지도를 통해 교정하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수능 중심의 경쟁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4년 2월까지 정책연구와 현장 의견수렴을 거쳐 수능 등 대입전형 요소의 개선 대책과 함께 공정성을 보장하는 대입전형 설계 방안 등을 순차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연한 교육과정 시간 운영, 교사연수와 계획적인 수급, 시설환경 확보, 안정적 예산확보, 대입연계 등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없이 불가능하다.
고교학점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교과교실제가 현장에서 외면받고 현재 일부 학교에서만 시행 중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교육부는 2009년 당시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교과교실제를 도입했다. 교실 수업을 ‘과목 중심과 학생 중심 수업’으로 바꾸겠다며 2014년까지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교과교실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교실과 교원 등 인프라 부족 문제가 불거졌고 정권이 바뀌며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고교 교실은 수능 중심의 과거 모습으로 회귀했다.
교과교실제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교실제가 도입될 당시와는 달리 많은 것이 다르다"고 말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유휴공간이 많아져 공간 부족의 문제는 다수 해결 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특히 "학교 증개축에 6년간 18조원을 투입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을 통해 고교학점제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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