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기본 중 기본' 가르치는 초1 전문쌤.. "'아이의 역사' 알고 지도해야"
서울 정릉초 한희정 교사
한글·숫자·시간·급식 배우는
초등 1학년은 조심스러운 상대
아동 특성에 맞는 가르침 필요
월별 학교생활·학습·일상에서
학부모가 알아야할 지혜 담은
‘1학년의 열두달’ 책 펴내기도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모도 함께 1학년이 된다. ‘자녀가 몇 학년인지에 따라 부모의 계급도 달라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공교육의 첫발을 딛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입학 전 선행학습이 필요한지, 준비물은 어디까지 미리 사둬야 하는지, 학부모 모임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원격수업에 대한 준비와 걱정도 더해졌다.
서울 성북구 정릉초등학교 한희정(여·47·사진) 교사는 오랫동안 초등 1학년을 맡아 왔다. 그는 초등 1학년은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조심스러운’ 상대라고 말한다. 한글, 숫자, 시간, 급식 등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을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본은 알고 나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마음먹고 가르치고 배우려면 매우 어렵다.
결국 아동 한 명, 한 명을 세심히 관찰하는 기본적인 자세로 임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초등 1학년에 대해 “어른들의 눈에는 너무나 쉬운 것을 공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배우는 중”이라며 “그만큼 힘들고 에너지도 많이 쓰고 있으니 교사가 아이들을 잘 관찰하고 아동 특성에 맞게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들의 발달단계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교육의 목표를 세워 지도하는 그는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 열두 달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본인의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책에는 월별 학교생활, 교과학습, 체험활동 등 초등 1학년이 겪는 상세한 일상과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해야 할 것들, 알아둬야 할 교육적 목표 등 지식과 지혜가 가득 담겨 있다.
한 교사는 초등 1학년을 비롯해 모든 아동은 저마다의 ‘역사(맥락)’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동들의 모든 행동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만 파악하지 않고 아동의 말과 행동의 이유를 헤아리려고 노력한다. 그는 “아이들은 각기 다른 가정환경에서 저마다의 역사를 갖고 학교에 온다”며 “교육이란 건 일정한 표준이 필요하지만, 그 표준에 접근하는 경로는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말을 해도 ‘나 좀 봐주세요’ ‘나 이렇게 힘들어요’라는 의미로 읽히는 학생이 있는데, 그때 모른 척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이 아동의 삶과 역사에 중심을 두고 아동의 발달과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 아동의 역사를 강조하는 한 교사는 스스로의 역사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타깝고 미안했던 학생을 기억하고, 한 해 동안 맡은 반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 반추하며,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반성적 통찰’을 한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는 “혁신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등굣길에 콜라를 마시던 6학년 학생에게 우유를 마시라고 몇 번 잔소리를 했다. 그 친구가 졸업 후 나를 몇 차례 찾아왔는데 시간이 엇갈려 만나지 못했다”며 “후에 그 친구가 중학교에서 강제전학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내가 손을 못 잡아준 게 너무 미안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의 실패가 곧 나의 실패로 여겨져 잔상이 오래 남았다. 이후부터는 아이들이 소외되고 있지 않은지 늘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좋은 선생님’으로 남고 싶은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좋은’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해석은 아이들마다 다르겠지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신 선생님,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신 선생님,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신 선생님, 열심히 가르쳐주신 선생님, 우리를 공평하게 대해주신 선생님… 그게 무엇이든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고 싶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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