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美상장..과실 나눌 한국 VC는 없다
"펀드 사이즈 작아 쿠팡 밸류 감당 안돼"
김범석 쿠팡 의장, 미국 네트워크 풍부해
적자 기업에도 과감한 투자 필요하단 자성론도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을 추진하는 쿠팡의 몸값이 최대 55조원으로 추정되면서 투자자들의 수익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쿠팡의 상장(IPO) 과실을 함께 나눌 국내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국내 VC나 PE로부터 단 한 푼도 투자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쿠팡 상장을 놓고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라고 평했지만, 사실상 성장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릴 기관 투자자는 없는 셈이다.
美·日 기관만 투자한 쿠팡
쿠팡은 한국 제1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기업으로 분류돼 있지만 사실 미국에 본사(쿠팡LLC)를 둔 미국 기업이다. 쿠팡은 초기 단계부터 미국 VC들의 투자를 받아왔다. 시리즈A에는 파운더콜렉티브와 로즈파크어드바이저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시리즈B는 매버릭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에서 투자를 받았다.
특히 시리즈B에 참여한 알토스벤처스는 ‘배달의 민족’과 ‘토스(toss)’ 투자사로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이 역시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미국 벤처캐피탈이다.
국내 VC업계 한 관계자는 “알토스벤처스의 경우 한국에서 펀딩을 받는 곳이라 출자자(LP)에서 한국 기관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아마 미국과 한국 펀드를 섞어서 투자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토스벤처스 펀드에 출자한 국내 LP라면 그나마 쿠팡 상장의 수혜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VC, 쿠팡에 투자 할 만한 크기 안돼”
국내 기관의 자금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쿠팡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규정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펀드 사이즈를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VC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쿠팡이 워낙 펀딩을 큰 규모로 하다보니, 국내 VC가 들어갈 수 없었다”며 “지금에서야 조단위 펀드들이 나오지만 수년전만 해도 쿠팡의 밸류에이션을 맞춰줄 수 있는 국내 VC펀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 ‘배달의 민족(법인명 우아한 형제들)’도 초기에는 국내 VC와 액셀러레이터들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기업가치가 늘어나면서 펀딩 규모가 늘어난 시리즈D 단계 이후에서는 네이버(035420)를 제외하고는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기관투자가들만 투자를 집행했다.
설립부터 국내 투자 유치는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범석 의장은 하버드 MBA를 졸업 후 미국에서 이미 쿠팡 이전에 두 차례 창업과 매각을 경험한 미국 국적자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은 이미 미국에서 투자 유치와 엑싯 경험이 있는 만큼 현지 투자자를 많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굳이 한국 기관들에게 투자 받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VC 등 기관 투자가들이 창업자들에게 요구하는 조건도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한국 VC들은 계약서에 창업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내건다”며 “스타트업 대표 연대보증에, 정해진 기간내에 상장을 시키지 않으면 연 8%씩 내는 조건 등조건들이 관행처럼 있어, 김 의장이 이를 알았다면 처음부터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과감한 투자 필요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쿠팡이 위메프와 티몬 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속에서 조 단위 누적 적자를 기록하던 때, 국내 기관들이 쿠팡에 투자할 결단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VC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수년전만 해도 쿠팡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느냐에 의구심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고, 동시에 소프트뱅크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규모의 투자를 많이 해와서 경험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국내 벤처업계에게 좀 더 과감하게 투자해야한다는 교훈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광수 (gs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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