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작업 중단하라"..'학교 건물 균열'에 시위 나선 교사들 [촉!]

2021. 2.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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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덕동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터널 공사
지역 주민 이어 인근 교사들까지 집단 시위 벌여
교사들 "학교 건물 균열..3월 개학 이후 걱정"
한국도로공사 "안전 기준 문제 없다면 별 조치 없어"
태영건설 "발파와 건물 균열 인과성 추정 어려워"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서울컨벤션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교사 9명이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터널 건설 현장 발파작업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김지헌 기자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서울컨벤션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이 학교 교사 9명이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터널 건설 현장 발파작업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터널 건설로 인해 "학교 건물에 균열이 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발파작업 중단하라. 학교 건물 무너진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컨벤션고등학교 앞. 이 학교 교사 9명이 학교 정문 앞 도로에 일렬로 서 인근에서 진행되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터널 공사 발파작업을 규탄하는 항의성 집회를 했다.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작업 시 진행되는 발파작업으로 학교 건물에 균열이 나고 있다”며 “수업할 때도 발파로 인한 진동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컨벤션고교 인근에서 진행되는 서울~세종고속도로 13공구(안성~구리 구간) 공사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시행돼 내년 말까지는 진행 예정인 국책 도로사업이다. 건설 초창기에도 소음과 균열에 대한 지역주민의 민원 제기는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이후부터는 지하터널 구축을 위한 암반 발파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고교 교사들 역시 건물 균열 위험을 느끼고 이에 반발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발파작업은 지하터널 공사에서 마주치는 암반을 뚫기 위해 진행되는 것으로, 매일 두 차례(오전 7~8시, 오후 4시 이후) 이뤄진다.

컨벤션고교 측은 발파작업으로 지하 1층 제과·제빵실습실 앞 벽면과 지하주차장 벽에 균열이 가고 물이 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김동지 서울컨벤션고교장은 “오는 3월 개학 이후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 건물이 위험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교사들이 집회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은 모두 등교하고,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은 격주로 학교에서 수업을 받게 될 예정이다.

서울컨벤션고등학교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발파작업으로 인해 지하 1층 제과·제빵실습실 앞 벽면(왼쪽)과 지하주차장 벽에 균열이 가고 물이 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컨벤션고등학교 제공]

이날 컨벤션고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광문고등학교에선 서울~세종고속도로 발파로 인한 피해 상황을 공유하는 간담회도 열렸다. 광문고교 교사들, 컨벤션고교 교사들, 인근 I아파트 단지 주민, 고덕동 주택가 비상대책위원회 주민 등 10명이 처음으로 모여 공동 대응 방침에 합의하고 지역구 의원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 공청회를 열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광문고 관계자는 “과거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가 시작했을 때 학교 건물이 기울어져 보수공사를 시공사 측으로부터 받았는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며 “발파작업이 진행되면서 본관 옥상 등에서도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I아파트 단지 주민은 “발파 인근 단지 거주민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며 “집 안 화장실 벽면 타일에 금이 가는 등 균열 접수 사례가 150여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매일 발파가 이뤄지면 멀쩡하던 건물도 망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고덕동 주택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공사가 시작된 지난 2018년부터 소음·진동·균열·지반 침하 등 피해가 있었는데 발파작업 이후 이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며 “안전진단 요청이 공사 시작 이래 3년간 묵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광문고등학교 본관 내부의 균열 모습. 광문고교 측은 지난해 10월 발파작업이 진행된 이후 학교 본관의 내부 벽면(왼쪽)과 옥상 등에서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문고등학교 제공]
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택가의 땅이 움푹 팬 모습. 이곳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은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과 발파작업으로 인해 인근 땅이 움푹 패고 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고덕동 주택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주민들의 반발에도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사와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인 태영건설 측은 “진동·소음을 매일 측정해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공사”라며 “현재까지 안전 기준 수치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안전 수치 기준(진동 0.3카인, 소음 75㏈ 이하)을 위반한 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건설사 측은 진동·소음을 측정하는 계측기 4대를 보유하고 공사 발파 위치에 따라 실시간으로 안전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고 했다. 광문고교 정문 앞, 컨벤션고교 지하주차장, 고덕 I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등이 주요 수치 측정 위치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발파와 건물 균열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공사는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계약)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사 현장에서 요구되는 안전 수준을 못 지킬 경우에는 1차적으로 시공사인 태영건설에서 이에 대한 손실 보상을 주민에게 먼저 해야 하는 구조”라며 “최근까지 안전 허용 정도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반발이나 요구를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고속도로 공사의 발주처가 한국도로공사인 상황에서, 구청이 자체적으로 공사 중지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관련자 간 협의가 지속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인근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구리 건설구간(13공구) 일대 모습.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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