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열살 조카 물고문 이모 부부 '살인죄'로 송치
"버릇 고치겠다"며 20여차례 폭행도
열 살 조카를 폭행하고 ‘물고문’해 숨지게 한 이모와 이모부가 살인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지난 10일 이들 부부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했으나, 조카가 죽을 수도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이같은 학대를 했다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고 살인죄로 죄목을 변경했다. 경찰은 또 숨진 여아의 친모도 아동복지법의 방임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17일 A씨(30대) 부부를 검찰에 송치했다. A씨와 남편은 여동생의 부탁을 받고 약 3개월간 맡아 키우던 조카B(10)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일 오전 9시30분부터 약 3시간 동안 조카의 온몸을 플라스틱 막대와 파리채 등으로 때렸다. 또 팔과 발을 끈으로 결박한 뒤 욕조에 물을 받아 머리와 다리를 붙잡고 10~15분간 3~4회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었다. 이모 A씨는 B양의 머리를 잡고 물속에 넣고, 남편은 다리를 붙잡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B양의 머리를 물속에 넣은 시간을 재기 위해 숫자를 헤아리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부부는 특히 이에 앞서 지난 1월 24일에도 B양의 손발을 결박하고 ‘물고문’ 행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는 A씨 부부의 자녀 2명도 집안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일 B양이 숨진 날에는 A씨 부부의 자녀는 방학을 이용해 큰이모 집을 방문하는 바람에 집안에 없었다.
A씨 부부는 또 작년 11월 말부터 함께 생활한 조카를 12월말쯤부터 약 20여차례에 걸쳐 집단에 있던 플라스틱 막대와 파리채 등으로 폭행했다. 숨진 B양의 부검에서는 머리를 포함해 온몸에서 두루 멍과 상처가 발견돼 학대가 장기간 지속된 정황이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내놓았다. 폭력으로 외상을 입었고 이 과정에서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졌다고 판단했다.
A씨 부부는 평소 조카가 말을 듣지 않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버릇을 고치기 위해 이같은 학대행위를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이 B양과 함께 생활하면서 시작한 체벌의 강도가 점점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 당시 폭행에 이어 물고문을 할 당시에는 “물에 넣었다 빼면서 죽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8일 당시 A씨 부부는 조카가 숨을 쉬지 않고 몸이 축 늘어지자 비로소 행위를 중단하고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거짓 신고를 하기도 했다. 출동한 구급대원은 심정지 상태이던 B 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과 구급대원은 B양 몸 곳곳에 난 멍을 발견해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A씨 부부는 이날 오후 검찰 송치를 위해 용인동부경찰서를 나서며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기자들, 형사님들이 너무 정해놓고 질문하는 것 같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은 하는데 얘기하고 싶은 게 많다”고 말해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숨진 B양은 초등학교 3학년 진급을 앞두고 있으며 작년 11월초부터 이모인 A씨 부부의 집에서 생활해왔다. A씨의 동생인 B 양의 친모가 이사 문제와 직장생활 등으로 인해 딸을 돌보기 어려워 친 언니 집에 맡긴것으로 확인됐다. B양의 친모는 남편과 이혼한 뒤 2019년 9월부터 딸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B양의 오빠는 아버지가 맡았다.
B 양은 A씨 부부 집에 오기 전 용인 다른 지역에서 어머니와 살았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학대 의심 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양은 이모집 근처의 학교에 작년 11월 10일 전학했으며 비교적 정상 등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혼자서 외출을 하는 장면이 방범카메라에 남아있는 등 감금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양의 어머니는 딸을 언니에게 맡긴 이후 작년 12월말부터는 딸과는 전화나 문자 메시지 연락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모 A씨가 지난달 27일 문자메시지로 “체벌을 했다”는 내용을 보냈으나 별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의 오빠가 1월말 이모의 집을 찾아갔으나 “동생이 눈병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만나지 못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경찰은 이에 따라 숨진 여아의 친모에 대해서도 방임과 학대 혐의를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사망사건에 대한 1차 조사만 마친 상태로 일단 방임 혐의로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구속된 이모 부부에 대해서도 친자녀 2명을 학대한 정황이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전날 열린 신상공개심의위원회에서 A씨 부부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7명의 위원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오빠나 자녀가 있기 때문에 신상을 공개하면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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