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코로나 1년]신천지에서 시작, 대유행 했지만..53일만에 '0'명
드라이브 스루, 생활치료센터 등 시민정신 발휘, 방역 모델로
[대구=뉴시스] 정창오 기자 = 감염병 관련으로는 우리 국민이 정부 수립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창궐'을 대구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혹독하게 겪은 것이 오는 18일로 1년째다.
지난해 2월 18일 대구의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여성·전국 31번)가 발생하고, 이 여성이 다녔던 남구 소재 신천지대구교회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닷새 만에 세 자리 수로 급증했다. 불과 열흘 만인 29일에는 하루 최다 741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대구는 물론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대구시는 사태 초기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신천지 교인 전수검사, 검사 미이행자 자가격리 행정명령과 전수검사 독려 등 감염확산 차단을 위해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했다.
대구시는 첫 번째 환자가 신천지 교인임이 확인된 후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및 관련 시설 44개소에 대해 즉시 방역을 실시하고 폐쇄조치했다.
또한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공무원 100여명을 신천지대구교회에 투입·조사해 유증상자 1243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신속히 격리조치 했고, 한 달 안에 신천지 교인 1만459명을 전수 진단검사했다.
2월 23일~3월 11일까지 매일 수백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대구에서 대유행의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2월 23일 감염병 위기경보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했고 3월 13일에는 대구시와 경북 청도 등 일부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대구는 지난해 3월말 누적 확진자가 6700여명으로 당시 전국 확진자의 70%에 육박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전대미문의 힘든 시기를 겪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세부 대응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확진자의 증상과 관계없이 모든 환자를 음압병실에서 치료하는 바람에 며칠 만에 병상 부족으로 자택에서 대기하는 확진자가 하루 최고 2270명에 이르는 상황에 놓였다.
이로 인해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자택에서 입원 대기 중이던 고령의 기저질환 보유 확진자 2명이 상태 악화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는 등 의료체계 붕괴 직전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확진자 중에서도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들의 안타까운 사망이 줄을 이었고 방역상의 이유로 유족들이 임종은커녕 정상적인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참혹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정치권과 언론 및 인터넷에서 대구시민을 조롱하고 대구를 폄하하는 표현들을 보도·배포하면서 상처를 덧냈다.
특히 일부 몰지각한 정치권에서 ‘대구 봉쇄론’ 등 루머와 음모를 퍼뜨리고 대구시민을 폄하하는 수많은 논쟁을 벌이면서 한계상황에 몰린 대구시민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하지만 대구시민들은 논쟁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오로지 대구공동체를 지켜내겠다는 시민정신으로 논쟁들을 불식시키고 꿋꿋하게 방역전선을 지켜냈다.
대구시도 붕괴 직전의 의료체계 극복하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감염병 전담병원 확보와 별도로 무증상이나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정부에 적극 건의해 도입했으며 감염원 조기발견을 위해 지역 내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시작한 세계 최초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운영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대구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고위험군 집단시설 대상 전수검사를 선제적으로 추진해 감염원을 조기에 찾아냈다.
신천지대구교회 교인 전수검사를 시작으로 정신병원, 요양병원 입원자 및 종사자를 비롯한 사회복지시설 입소자 등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등 지역사회 전반에 무증상 감염자 조기발견을 위해 전수검사를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특히 지난해 5월초 대중교통 탑승객에 대해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전국 지자체 최초로 시행했고, 이후 전국 지자체로 확산해 중앙정부가 감염병 예방법에 반영했다.
이러한 코로나19 방역노력으로 대구는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했으며 지난해 2월 18일 최초 코로나19 발생에서 대유행을 거쳐 단 53일 만에 확진자 ‘0’명을 기록한 것은 기적으로 기록될 만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도권발 코로나19 확산의 전국적인 여파를 보이고 있는 현재도 대구는 확진자 발생 건수와 병원 및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 방역체계가 완벽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한 해는 처음 겪어보는 감염병 팬데믹으로 인해 시민들 모두에게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악몽과 같았던 혹독한 시련의 한 해였다”며 “그러나 돌아보면 위대한 시민의식과 대구 정신이 빛났던 한 해였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지만 위기 속에서 대구 공동체를 지켜주신 시민 여러분들의 저력을 믿고 하루빨리 코로나19를 잘 극복해 미래를 준비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c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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