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만의 혹한… 남부 텍사스도 영하 22도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2. 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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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州 1억5000만명에 한파 경보… 풍력발전기 터빈까지 얼어붙어
15일 한파와 폭설이 닥친 텍사스 우드랜즈 고속도로가 눈으로 덮인 가운데 차량조차 드문 모습. 지난 11일부터 도로 결빙으로 교통사고가 속출하자 당국은 운전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온화한 기후인 미국 중남부에 겨울 폭풍이 몰아닥치면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남부 텍사스주는 30년 만에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미 기상청은 15일(현지 시각) 북부 메인주에서 남부 텍사스주에 이르기까지 인구 1억5000만명이 사는 25주에 한파 경보를 내렸다. 기상청은 전 국토의 70%에 눈이 내렸으며, 중남부 지역엔 폭풍을 동반한 한파로 앞으로 며칠간 5000여만명이 섭씨 영하 18도 이하의 혹한을 겪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앨라배마·오리건·오클라호마·캔자스·켄터키·미시시피·텍사스 등 7주는 비상 재난 사태를 선포했고, 고립된 주민과 운전자 구조 임무를 위해 주방위군 동원령을 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 지역들에 연방 재정 지원을 지시했다.

겨울에도 영상 10도 이상을 유지하던 ‘모래사막의 주’ 텍사스는 기온이 이날 영하 22도~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텍사스에선 1989년 이래 30여년 만의 최저기온이다. 주민들은 미처 추위에 대비하지 못해 제설 도구와 음식, 휘발유를 구하느라 큰 혼란을 겪었다. 텍사스 오스틴시에선 1966년 이래 처음으로 눈이 12㎝ 넘게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텍사스 휴스턴에서 15일 한파로 인해 발전기가 얼고 순환 정전이 실시되면서 한 가족이 실내에서도 두꺼운 옷을 챙겨 입은 채 떨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례적인 도로 결빙에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한파가 본격 시작된 지난 11일 텍사스 포트워스 인근 고속도로에선 차량 130여 대가 연쇄 추돌해 9명이 사망했다. 휴스턴의 조지 부시 국제공항 등 공항 3곳이 문을 닫으면서 15일 항공기 3000여 대의 운항이 중단됐다.

텍사스주 일대에선 14일부터 난방 수요가 증가했지만 풍력발전기 터빈들이 얼고 고장이 나면서 휴스턴·댈러스를 포함한 380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텍사스를 비롯한 14주에선 모자란 전력을 나눠 공급하기 위해 10~45분씩 지역별로 전기를 끊는 긴급 ‘순환 단전’을 실시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추위에 떨었고 단수로 인해 물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휴스턴에선 정전으로 극저온 냉장고가 멈춰서면서 코로나 백신 8000회분이 상온에 노출돼 폐기 위험에 처하자, 이날 중으로 인근 교도소·대학 등에 접종하도록 긴급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한파·폭설에 메뚜기떼… 지구촌 기후의 역습 - 지난 9일 아프리카 케냐 북부 메루 지역에서 한 농부가 떼 지어 날아오르는 메뚜기를 뚫고 걸어가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에 내린 이례적인 폭우와 수온 상승으로 사막 메뚜기가 과도하게 번식해 생겨난 메뚜기 떼가 아프리카 농경지를 파괴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 최대 원유 생산지인 텍사스주의 한파·정전으로 정유 가동 시설이 제한되면서, 이날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 작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는 이날 텍사스주·테네시주·켄터키주·미주리주 등 네 지역의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가 온난화로 북극 바다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강한 고기압 소용돌이가 발생해 북극의 찬 공기가 평소보다 더 남쪽으로 뻗어 내려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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