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정진석>"내년 대선 정권탈환이 최종목표.. 서울 후보단일화는 범야통합 1단계"
■ 국민의힘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 정진석
야권 대통합은 국민의 명령
4월 보선 누구로 단일화되든
서울시장 선거는 쉽지 않아
이후 범야권 통합全大 치러
내년 3월 대선서 승리해야
文국정운영 상궤서 벗어나
‘나는 善, 너는 적폐’ 이분법
정진석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을 포함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와 관련,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일단 야권단일화가 성사되면 야권 후보의 파괴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단일화가 통합의 1단계”라면서 “올 4월 이후 치러지는 전당대회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아우르는 범야권 통합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당과의 당 대 당 통합 구상에 대해 ‘콩가루 발상’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새로운 진지를 단단히 구축하는 것은 콩가루 구상이 아닌 순리”라고 강조했다. 같은 충청권 인사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향후 대선 행보에 대해 ‘기호지세’(騎虎之勢·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사자성어를 쓰며 “윤 총장이 국민의 등에 올라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꿔보려는 새로운 정치결사체가 꿈틀거린다면 아마도 그 노선은 이념이 아닌 상식과 공정의 가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위원장 인터뷰는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걸어 현안에 대해 보충했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지난해 4월 15일 총선 참패로 국민의힘은 패배주의 늪에 빠져 있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으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도 정말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다.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야 대선으로 갈 게이트웨이를 무사히 통과하게 된다. 더없는 청신호가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금으로선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여당 후보는 사실상 박 전 장관으로 단일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아직 단일화 과정에 있다. 여당은 후보가 한 명인 데 반해 야권은 여럿으로 분산된 상태다.”
―선거 판세를 어떻게 전망하나.
“일단 야권단일화가 성사되면 야권 후보의 파괴력은 더 커질 것이다. 다만 누구로 단일화해도 서울시장 선거는 어려운 선거다.”
―지난 총선 판세도 팽팽했지만 결국 민주당이 압승했다.
“이 선거가 왜 생겼나. 민주당 출신 단체장의 권력형 성 비위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다. 민주당은 다른 프레임을 써서 그 문제를 희석하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귀책사유로 발생하는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기어이 당헌·당규까지 개정하면서 후보를 내겠다고 한다. 현명한 서울시민이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단순한 보궐선거가 아니라는 뜻인가.
“국민의힘은 이미 선거 4연패를 경험했고, 5연패에 접어들면 당에 미래가 없다. 당의 명운이 걸린 선거이자, 국가의 명운이 걸린 선거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하늘과 땅을 걸고 하는 한판 승부, 건곤일척의 선거가 바로 이번 보궐선거다. 공관위원장을 맡아 가장 역량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표와 책임감으로 진력하고 있다.”
―이번 야권단일화가 향후 대선 야권단일화의 선험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지금처럼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선 양대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여당을 상대로 싸우려면 범야권의 결집된 역량이 필요하다. 내년 대선을 치르기 전 범야권 통합과 결집은 순리이고 상식이자, 국민의 명령이다. 우리 야권에 필요한 것은 단일 후보를 뛰어넘은 ‘범야권 통합 후보’다.”
―야권단일화가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난해 4월 총선 때 야권단일화 예행연습을 마친 상태다. 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았다.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우리 당에 건너와 지역구 출마를 했다. 양당 통합이나 결합에는 더 이상 큰 걸림돌이 없다. 양당이 추구하는 헌법 수호 가치도 일치한다. 반헌법적인 문재인 정권의 폭주와 독재를 저지해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일부 현안에 대해선 중도 정당을 표방하는 안 대표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이번 단일화에 성공하면 그 자체가 통합의 1단계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공화주의 토대는 타협·견제… 여당, 헌법 1조1항도 이해 못해”
‘선출 권력-非선출 권력’으로 나눠 사법부 비판하는 게 대표적인 헌법 몰이해 사례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냐… 180석 민주당, 대통령 눈치만 본다
국회부의장·상임위원장 포기, 우리도 기득권 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윤석열 이미 국민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상식·공정의 가치 내세울 것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말하는 것인가.
“단순히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범야권이 하나가 돼야 한다. 우리 목적은 내년 3월 9일 정권을 되찾아오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선 범야권 통합을 통해 결집된 에너지를 구축해야 한다.”
―야권 통합은 언제, 어떤 형태로 이뤄질 수 있나.
“이번 선거가 끝나면 범야권 대통합을 위한 시도가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다. 올 4월 이후에 치러지는 전당대회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아우르는 범야권 통합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런 주장을 두고 ‘콩가루 집안’이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진지를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은 순리다. 단순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후보 단일화에 그칠 게 아니라 이를 확대재생산해야 한다. 야권 단일 구도를 단순 명쾌하게, 더 단단하게 강화해야 한다. 결코 ‘콩가루 구상’이 아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꾀하고 있지 않나. 다만 김 비대위원장도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단일화 결과에 대해선 승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야권 단일후보가 기호 2번(국민의힘 후보)이냐 4번(국민의당 후보)이냐 하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기호 2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양당이 한팀이 되는데, 내 것만 고집하지 말고 승률이 더 높은 기호를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론 단일화 룰을 정하면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호 4번이 유리할지, 기호 2번이 유리할지는 과학적 조사가 가능하다고 본다.”
―경선 룰 등을 놓고 후보 간 이견이 있다.
“역대 공관위원장의 말로가 성한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후보별 이해관계와 선호, 요구사항이 달라 끌고 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제 목을 조르는 하소연과 푸념도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 수양을 쌓고 도를 닦는 기분이다. 뚝심은 좀 있는 편이니, 아무리 힘들어도 고속도로 중앙선을 잘 지켜내겠다.”
―문 대통령에 대해 ‘내가 알던 분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저 문재인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시청역 근처 식당에서 봉골레스파게티를 먹었는데, 그때가 문 대통령과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봉하마을 조성을 도와달라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께 즉시 보고하고 도와드렸던 기억이 있다. 굉장히 의연하고 차분한 분이었다. 기본적으로 선한 의지를 가진 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정운영 방식은 너무나 상궤(常軌)를 벗어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나.
“정권을 잡자마자 적폐청산에 몰입했다. ‘나는 선이고 너는 적폐’라는 이분법적 태도를 보였다. 무리하게 적폐청산에 돌입하면서 수많은 이에게 한을 남겼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은 내가 알던 문 대통령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왜 이렇게 불행한 역사를 반복해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됐다.”
―대통령제라는 제도가 문제라는 뜻인가.
“한국의 대통령제는 수명을 다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은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말로가 불행했다. 문 대통령은 과연 예외일까. 이것이 사람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대통령제의 위기는 왜 생겼나.
“우리나라 대통령제만큼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나라는 없다. 삼권 분립도 지켜지지 않는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은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혔다. 국회는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대통령제는 수평적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한국을 더 이상 행복한 미래로 이끌 수 없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내각제로 가야 하나.
“개인적으론 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내각제에선 총리가 온종일 국회에 나와 모든 분야의 토론을 주재해야 한다. 실력 없는 총리는 나올 수가 없다. 다만 내각제로 가는 길이 멀다면 중간 단계에서 분권형 권력구조를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당·청 관계는 어떻게 평가하나.
“청와대는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여당은 거수기를 자임한 지 오래다.”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나.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집권 여당은 이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기초일 수 있지만, 공화주의의 토대는 타협과 대화, 견제와 균형이다. 여당이 ‘선출된 권력’과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나뉘어 사법부를 비판하는 것도 몰이해의 대표적인 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처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견제하고 파면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여당 내 토론과 자정은 불가능한가.
“간헐적이나마 다른 견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존재하지만 건강한 민주주의가 작동된다고 보기 어렵다. 일종의 패거리 문화이자, 도(徒)당 문화다. 국민의힘 100여 명이 모이면 그 어느 때보다 토론이 활발하다. 그러나 민주당 180명이 모이면 그런 토론이 되나. 대통령과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
―국민의힘도 ‘기득권 정당’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 국회부의장이라는 기득권도 미련 없이 버린 것이다. 여당의 다수결 독재에 대한 항의이기도 했지만, 외부에 우리도 기득권을 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 시도가 결국 국민의힘의 상임위원장 포기로 이어졌다. 후일 잘잘못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그런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 21대 국회 후반기에도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넘겨줄 의향이 없다면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4대강 보 철거를 예고했다.
“4대강의 주인은 중앙 정부와 환경 단체가 아니라, 조상 대대로 그 지역을 지켜온 주민들이다. 정부 여론조사에서도 보 해체에 반대하는 주민이 훨씬 많다.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보를 10년도 안 돼 막대한 세금을 들여 해체 철거하겠다는데, ‘엽기적’이라는 말 말고는 이를 표현할 다른 단어가 생각나질 않는다.”
―철거를 하겠다는데 그 시기는 다음 정권으로 넘겼다.
“‘이 소리가 아닙니다. 저 소리도 아닙니다’라고 했던 한 제약회사 광고 카피 같은 얘기다. 대통령 공약이고 환경단체 눈치를 보느라 철거 방침을 세웠지만, 결국 철거할 수 없다는 걸 그들도 아는 것이다. 비겁한 결정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총선 유세에서 “고향 친구 윤석열을 지키겠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 태생이지만 윤 총장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공주농고 14회 졸업생이다. 윤 총장이 오래전 사석에서 정 위원장을 만나 ‘제 고향이 공주입니다’라며 집안 이야기를 소상히 했다고 한다.
―윤 총장이 보수진영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윤 총장이 대선후보로 꼽히는 것은 상식과 공정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놓고 문 대통령과 싸워서 이겼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무도하게 법치주의에서 이탈하는 데 대해, 일반 국민은 상식에 입각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여권은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을 사용했지만, 상식에 벗어난 검찰개혁에 대해 국민이 수긍하지 못했다.”
―윤 총장이 정치를 할 것이라고 보나.
“그건 알 수 없다. 그의 의지에 달렸다. 다만 윤 총장은 이미 국민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기호지세다. 등에서 내리고 싶어도 마음대로 내릴 수가 없다. 국민이 정치권으로 강제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윤석열의 정치를 어떻게 예측하나.
“윤 총장은 어느덧 상식과 공정의 아이콘이 됐다. 그가 정치에 뛰어든다면 상식과 공정이라는 가치를 내세울 것으로 본다. 보수나 진보를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념적 잣대로 편 가르기를 하는 시대가 아니지 않나. 무엇이 상식에 부합하는지, 어떤 것이 공정한지 국민에게 호소할 것으로 본다.”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 결사체가 생겨날 수도 있나.
“세상을 바꿔보려는 새로운 정치 결사체가 꿈틀거린다면 아마도 그 노선은 이념이 아닌 상식과 공정의 가치가 될 것이다.”
인터뷰 = 김윤희 정치부 차장 worm@munhwa.com
정리=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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