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뉴스]"딸아,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 부산 지하차도 참사 그 후
터널 입구까지 왔지만, 넘친 빗물 감당못해
담당공무원 있지만 사고현장엔 아무도 없어
제2의 도시 부산, 더 이상 불행 반복 없어야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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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영일씨 (20대 희생자 유족)
여러분, 지난해 여름 기억하세요?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죠. 어느 정도였냐면 각 도시에 역대 하루 강수량들이 갈아치워질 정도였습니다. 화개장터며 섬진강 일대가 물에 잠겨서 난리가 났던 장면도 생생하실 겁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부산 초량지하차도 참사였습니다. 차들이 지하터널을 지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서 물에 잠겨서 시민들이 사망한 사건이었죠. 차량 6대가 갇히고 3명이 숨졌습니다. 아니, 부산 그 대도시 한복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나. 참 황망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당시 유족들이 저희 뉴스쇼에 제공해 준 자료가 있습니다. 차량에 어머니와 딸이 타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구조가 되셨지만 딸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가 나고 나서 그 어머니와 다른 가족이 나눈 통화 내용 좀 들어보시죠.
☆ 피해자 어머니> 영일아. 왜 이리 잔인하노. 와 이리 잔인한 일만 생기나
◆ 김영일> 누나 부산대 병원이가?
☆ 피해자 어머니> 미치겠다 영일아. 뭐 이렀노. (영안실) 못 들어가겠드라. 영일아. 꿈이었으면 좋겠다 영일아
◇ 김현정> 짧은 통화 내용만으로도 그 당시 참사의 기억, 그 당시 현장 상황. 우리가 가늠할 수가 있는데요. 그때 유족들이 분통을 터뜨렸던 건 ‘이미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차량 통제만 제대로 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는데 왜 통제하지 않았는가. 이건 자연재해가 아니고 인재다’라는 주장이었습니다. 7개월이 흐른 지금, 이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AS뉴스 부산 지하차도 참사를 추적해 보겠습니다. 이 전화통화 속의 한 분이세요. 김영일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 선생님 나와 계세요?
◆ 김영일> 네, 안녕하세요.
◆ 김영일>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돌아가신 조카분은 나이가 어떻게 되는 분이었습니까?
◆ 김영일> 그때 당시 29살이었고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주말을 맞아 부산 집에 쉬러 오는 날이었습니다.
◇ 김현정> 서울에서 직장 다니다가요?
◆ 김영일> 네.
◇ 김현정> 아이고.. 참 너무 어이없는 사고여서 저도 상당히 황망했던 기억이 나는데. 좀 어렵지만 사고 당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작년 7월 23일 부산에 어마어마한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어요. 그날 차에는 사망한 조카분하고 그 어머니, 김영일 씨 누님이 타고 가고 있는 중이었던 거죠?
◆ 김영일> 네.
◇ 김현정> 지금부터 유족이 제공하신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같이 좀 보겠습니다. 차가 터널에 진입하기 전에 보니까 비가 많이 와서 찰랑찰랑합니다마는 달릴 수 있을 정도예요. 그 상황에서 지하차도로 진입을 하는 거죠. 진입을 하는데, 양옆으로 물이 콸콸콸콸 터널 속으로 쏟아집니다. 급격하게 불기 시작합니다. 마치 파도가 치는 것처럼 물이 출렁거립니다. 앞의 차가 서요. 이 선 것은 이게 더 이상 달려지지 않아서가 선 걸까요, 앞차가? 뜨기 시작하네요. 누님의 증언에 따르면 이때부터는 차가 안 움직였다고 하나요?
◆ 김영일> 네. 차들이 다 정체되었다는데요. 물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시동이 다 꺼진 것 같아요.
◇ 김현정> 시동이 꺼지면서 위로 뜬 거군요.
◆ 김영일> 네.
◇ 김현정> 지금 보면 차에서 내린 분이 걷고 있는데 목까지 물이 찼어요. 아니, 아까 터널에 들어올 때만 해도 찰랑찰랑이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순식간에 목까지 물이 차죠?
◆ 김영일> 그러게 말입니다.
◇ 김현정> 이런 상황 속에서 바깥으로 나와서 지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많은 분들이.. 왜 조카분은 끝까지 구조가 안 된 거죠?
◆ 김영일> 계속 물이 차올라서 무서우니까 지하차도를 벗어나려고 차에서 내려서 터널 입구 쪽으로 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터널 입구에 다 와가면 경사가 많이 지니까 그 도로에 물이 넘쳐 흘러들어오는데 물살이 너무 세서 감당이 안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차에서 내려서 터널 앞까지 걸어왔는데 다 걸어온 상태에서 물살에 휩쓸린 거예요?
◆ 김영일>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어린 아이도 아니고 20대 청년이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거예요? 그 정도로 물살이 셌다는 얘기네요.
◆ 김영일> 네. 차가 물이 차서 시동이 꺼지고 이제 움직이지 않고 물은 차오르고 그다음에 119에 전화하니까 전화가 그때 폭주 상태라 연결이 되지 않았고요. 그다음에 112에 전화하니까 자신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다시 119에 연락하라는 답변이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둘이서 걸어서 나와서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때 이미 물이 목까지 찬 거고요.
◆ 김영일> 네.
◇ 김현정> 터널 거의 다 나왔는데 막 물살이 엄청나게 쏟아지면서 소용돌이 같은 게 만들어진 거예요?
◆ 김영일> 소용돌이까지는 모르겠으나 물이 그냥 너무 넘쳐흘렀던 것 같아요. 그쪽에 경사가 좀 세거든요. 그래서 도로 쪽에서 물이 터널 쪽으로 다 밀고 들어오니까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어머니는 구조가 되셨잖아요?
◆ 김영일> 네. 옆에 뭘 잡고 매달려 있었다는데 사망사고가 난 후에 그게 순찰차가 먼저 도착하고 그다음에 소방관이 와서 사람을 구하려고 했는데 그게 물살이 여의치 않았고요. 그 소방관도. 또 뒤에 생존자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그 뒤에도 20~30분 후에 소방관들이 제대로 된 구호를 시작했다고 해요.
◆ 김영일> 네. 그러니까 물 차오르고 차에서 탈출하고 구조되는 거까지 한 50여 분 동안 그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참 저는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 게 비가 저 정도 오면 도로 통제 하거든요. 그래서 그때 서울도 곳곳이 통제가 돼서 엄청 돌아서 출근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저런 위험한 지하차도를 왜 통제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게 7개월 동안 수사가 좀 됐습니까? 수사 결과 나왔나요?
◆ 김영일> 아직 기소까지 간 건 아니고요. 이번에 공무원 2명을 구속 신청을 했는데 1명은 구속되고 1명은 불구속이고 그런 상황입니다.
◇ 김현정> 구속,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가 된 상황. 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해요?
◆ 김영일> 그러니까 제가 듣기로는 호우경보가 발령되면 담당 공무원 2명이 현장에 나와서 현장을 관리하고 차량을 통제해야 된다 그렇게 매뉴얼이 적혀 있고요. 그리고 진입로에 보면 전광판에 안내문구가 적혀 있어야 되고 경고등이 작동을 해야 되는데 이 전광판이나 경고등 자체가 고장이 나 있었답니다. 이전부터 고장이 나 있었고 그리고 이 현장에 배치해야 될 두 사람을 이름까지 다 적어놨어요. (대응 매뉴얼) 서류에. 한 사람은 아파서 집에 갔고 한 사람은 운전하는 사람이라 배치하지 않았다고 해요.
◇ 김현정> 운전하는 사람이라 배치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 김영일> 그러니까 저도 이해를 못 하는 게 자기들 과의 인원이 원래 TO가 8명인데 1명이 군대 가서 7명이래요. 그중에서 자기 직무가 다 있겠죠. 그 사람이 운전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거죠.
◇ 김현정> 운전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을 그 매뉴얼 짜면서 거기에다가 그냥 배치시켜놓은 거예요?
◆ 김영일>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서류상으로만 있는 담당자네요, 말하자면?
◆ 김영일> 그렇죠.
◇ 김현정> 관리가 안 된 겁니까, 그날?
◆ 김영일> 하나도 안 됐죠. 다른, 동천이라는 곳이 범람을 할 우려가 있어서 그쪽에는 사람을 배치하고 관리를 했습니다. 그날. 그런데 이쪽에는 1명도 배치를 안 했죠, 신경을 안 쓴 거죠, 그냥.
◆ 김영일> 다른 사람들도 그냥 계속 수사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8명 정도를. 그리고 구속된 분은 그러니까 하지도 않은 회의를 했다고 거짓으로 회의록을 작성한 걸로 공문서 위조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무슨 회의록이요?
◆ 김영일> 자기들이 회의를 하지 않아 놓고 그냥 상황 판단 회의를 했다.
◇ 김현정> 그 당시에 초량지하차도 상황에 대해서 회의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어요?
◆ 김영일>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참.. 이런 기막힌 상황인데 사고 후에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공무원들한테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참 어이없는 답변들도 들으셨다면서요
◆ 김영일> 정말 너무 안일한 것 같아요, 공무원들이. 담당 국장님들과 통화, 대화를 했는데 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돌아온 답변이 호우경보를 내려도 비가 많이 올 때가 있고 안 올 때가 있고 그렇게 대답을 합니다. 매뉴얼을 안 지켰다고 자기들이 인정을 했어요, 인정은 했는데 하는 답변이 그런 거죠. 왜 안 지켰냐고 물으니 비가 많이 올 때도 있고 적게 올 때도 있고. 참 답답해요. 전혀 관심이 없어요, 그쪽에서는.
◇ 김현정> “호우경보가 내려도 비가 많이 올 때가 있고 안 올 때가 있다” 그래요. 많이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죠. 그래서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기울이고 현장을 나가보고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김영일> 그렇습니다. 무조건 (가서) 봐야죠. 설마 하고 기다리면 안 되죠. 무조건 봐야 됩니다.
◇ 김현정> 거기다가 담당자가 그냥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담당자였다는 게 저는 그것도 참 기가 막힌 일이네요. 이번 일 이렇게 쭉 겪으면서 이런 점은 고쳐져야 된다. 꼭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요?
◆ 김영일> 저희들 부산은 그래도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데 그리고 이런 대도시에서 물에 빠져 익사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기는지 이해가 안 되고요. 이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이번에 매뉴얼이 누구 때문에 어떻게 안 지켜지는지 더 확실히 되짚어봐야 되고요. 모두가 같이 이렇게 깊이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 김현정> 공무원 처벌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짚고 개선하고 이러고 가야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인터뷰 고맙습니다.
◆ 김영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 김현정> AS뉴스 부산지하차도 참사의 유족 김영일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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