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K자 양극화', 특혜 낮추고 재기 도와야 할 때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전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장) 2021. 2. 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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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전문직 진입장벽 낮추고 고임금 낮춰야
벤처 영역 키워 고용과 금융 접근성 높일 필요성도

(시사저널=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전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장))

2021년에는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한국 경제도 회복될 것이다. 수출 등 일부 지표경기는 2020년 9월부터 회복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회복은 V자 형태보다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K자 형태의 반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양극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경제의 오랜 난제지만 2020년의 코로나 사태는 이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많은 사람이 고생을 했다.

그러나 모두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소득과 재산이 늘어난 사람도 꽤 있다. 특히 집값과 집셋값이 폭등해 더 그렇게 됐다. 공무원과 교수, 공기업 직원 등 월급을 또박또박 받는 공공부문 종사자들과 언택트의 혜택을 받은 업종의 사업자들은 소득이 늘어났다. 더욱이 이들 중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에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횡재를 했을 정도로 재산도 불어났다. 반면 음식점 등 콘택트를 해야 영업이 가능한 사업자나 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 젊은 취업 준비생들의 어려움은 커졌다. 이들의 고통은 2021년에도 개선될 것 같지 않고, 또한 이들 중 무주택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의 원인과 구조적 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숫자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이제 구차할 정도다. 많은 세입자와 자영업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해법을 빨리 찾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드러난 두 가지 가장 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폭등하는 집값과 전셋값을 확실히 하향 안정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를 살아남게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을 취임 초 수준으로 안정시키고,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으니, 쉽지는 않겠으나 기다려 보자. 여기서는 둘째인 자영업자 문제에 대해 집중하고자 한다.

올해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우리 경제도 회복될 전망이지만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없다.ⓒ연합뉴스

경쟁은 치열하고 수입은 적은 생계형 자영업의 한계

한국의 자영업자는 숫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수입도 적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음에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꼼꼼히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연구나 신뢰할 만한 기초 통계도 부족하다.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성격과 처한 상황이 크게 상이하다. 현실성 있는 분석을 위해 공통 특성에 따라 자영업자를 3개 그룹으로 분류해 보았다. 첫째는 전문직 자영업자로 의사와 약사,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건축사, 변리사 등이다. 둘째는 벤처형 자영업자로 잠재된 수요를 새로 발굴하거나 신기술을 이용해 창업하는 사업자다. 셋째는 실직과 구직 실패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식당이나 편의점, 치킨집 등을 경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다. 

전문직 자영업자는 자격증 등에 의한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이 심하지 않고, 수익도 대체로 좋다. 벤처형 자영업자는 창업이 많지 않아 수가 적고,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는 경우가 많아 경쟁이 심하지 않다. 다만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수입의 편차가 아주 심하다. 생계형 자영업자는 수가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수입은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존에 급급할 정도다. 일부는 곧 퇴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이렇게 볼 때 자영업자 정책은 3가지 부류에 따라 완전히 달라야 한다. 

전문직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춰 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 의료나 건축, 세무 등 전문직 자영업 분야에서는 시장을 나눌 여유가 아직 있고, 수가 늘어나면 대국민 서비스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벤처형 자영업자는 지원 확대를 통해 창업을 늘려야 한다. 미국과 같이 이들 중 일부가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성장해야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나고 생산과 고용도 늘어난다. 한국에서 벤처형 창업은 크게 부족하다. 그리고 전문직 자영업과 벤처형 자영업 수가 늘어나면 생계형 자영업 경쟁은 줄어들고 수입은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문제가 많은 생계형 자영업에 대해서는 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기본 방향은 신규 유입을 최소화해 경쟁을 줄이고, 임대료와 제세공과금 같은 고정비용을 확실히 낮출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소득과 소비를 늘려 생계형 자영업자의 매출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쉽게 동의하겠지만,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려 해법을 찾기 어렵다. 

과거에 생계형 자영업자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식당, 미용원 등의 개업 자격을 엄격히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었다. 기존 영업자와 신규 진입 희망자 간의 차별 문제와 함께 많은 구직 실패자의 탈출구가 없어진다는 문제가 있어 실행되지는 못했다. 

조금 더 실현 가능성이 큰 대안은 공공부문에서 지금보다 보수는 낮지만 직업 안정성은 보장되는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한국 공무원의 경우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보수는 많다. 공무원 수를 늘리고 보수를 낮추는 정책은 불공정한 보상체계를 정상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것은 공무원의 반대가 극심하겠지만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 절실

다른 대안으로는 실업급여를 확충해 실직자들이 바로 창업하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주는 것이다. 이것도 바람직하나 재원 문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밖에 대표이사 등의 연대보증제 폐지를 통해 사업 실패자의 재기를 쉽게 해 벤처형 창업 등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금융과 공동체 금융 등을 활성화해 자영업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도 꼭 필요하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불공정한 보상체계와 비싼 부동산 가격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해법도 공공부문의 고임금과 과소 고용의 해소, 의사 등 전문직의 과보호 축소, 부동산 투자에 대한 특혜 폐지를 통한 임대료의 하향 안정 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하나하나가 손해 보는 사람도 있어 어려운 과제지만 우선 필요한 것부터 시작이라도 해 보자.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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