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친환경 가스개폐기 개발 "세계적 성과"

송기동·오연호 박사팀, CO₂+O₂ 저탄소 가스
절연·아크소호 성능 우수, 저렴하고 친환경적
50년 사용된 대기오엄 주범 'SF6 가스' 가능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한국전기연구원(KERI) 신전력기기연구센터 송기동·오연호 박사팀이 대기오염 주범인 육불화황(SF6) 가스를 대체하는 친환경 저탄소 가스를 이용한 72.5㎸ 31.5㎄급 개폐장치(스위치) 설계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개폐장치의 제작과 시험은 국내 전력기기 업체인 선도전기가 담당했다.

개폐장치란 전류 흐름을 막거나 계속 흐르게 하는 일종의 스위치다. 개폐장치와 차단기(브레이커)의 차이는 개폐장치는 정상적인 회로에서도 사용자가 필요시 임의로 회로를 온-오프할 수 있는 기기이고, 차단기는 전기회로에 이상전류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사전에 감지해 강제로 회로를 차단하는 기기다.

SF6 가스는 전기가 통하지 않게 하는 절연 성능과 계통 고장 발생 시 고장전류를 차단하는 아크소호 성능이 다른 어떤 가스와 비교해 월등하게 뛰어나 전력기기 분야에서 50년 넘게 사용돼 왔다.

그러나 SF6 가스는 지구온난화 지수가 이산화탄소(CO₂)의 2만3500배, 즉 CO₂의 온실효과를 1이라고 하면 SF6는 2만3500에 이르고 한 번 대기에 누출되면 3200년을 존재하면서 지구 대기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적으로 그동안 SF6를 대체할 개폐장치 개발에 매달렸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번에 송기동·오연호 박사팀이 오랜 연구 끝에 완벽한 친환경 대체가스를 적용한 개폐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SF6를 대체할 수 있는 저탄소 가스와 이를 적용한 72.5㎸ 31.5㎄급 개폐장치 설계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장 큰 특징은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이 아닌 지구상의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적절한 비율로 혼합한 가스를 적용한 개폐장치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가스 비용도 기존 SF6 가스 대비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저렴하다.

연구팀은 또 절연 성능과 차단 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설계기술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지구온난화 지수가 2만3500인 SF6 가스를 적용한 개폐장치와 비교했을 때 전기연구원의 개폐장치 활용은 지수가 1 미만일 정도로 매우 친환경적이며 인체에도 무해하다.

이를 우리나라 전체 72.5㎸ 개폐장치에 적용할 경우, 연간 온실가스 600만t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예측했다.

개발한 개폐장치는 소규모 분산전원 간 계통 연계를 위한 송전선망에 주로 활용 가능하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종 전기기반 각종 제품·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그린뉴딜 및 분산전력 확대 정책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오연호 박사는 "SF6 대체 가스와 이를 적용한 전력기기는 그동안 해외 선진업체가 주도해 온 고난도의 기술 영역이었지만, 우리가 그보다 더욱 친환경적이고 인체에도 무해한 가스 및 개폐장치를 개발함에 따라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개발한 기술은 72.5㎸급 이하 배전급 개폐장치뿐만 아니라 145㎸급 이상의 초고전압 기기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다.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연구팀은 세계 초고전압 개폐장치 시장규모를 33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탄소중립 선언 및 신기후체제 출범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에 따라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한국전기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의 원천기술과 관련한 국내외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