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소법 시행돼도 6개월간 금융상품 핵심설명서 못받는다

은행 1000건 넘는 작성 부담
금융위, 작성기한 9월로 정해
그동안 운용사설명서에 의존
판매사 위험등급이 최대난제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내달 금융소비자법이 시행되지만 금융소비자들은 법에서 의무화한 설명서를 9월까지는 받아보지 못한채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판매 중인 모든 투자상품의 설명서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은행의 부담을 금융위원회가 양해해 법 적용을 6개월 늦추기로 했다.

금융위는 금소법 시행령을 제정하면서 은행들이 마련해야 할 핵심 설명서 작성 기한을 오는 9월로 정했다. 은행들의 업무 부담을 고려한 동시에 핵심 설명서 작성의 공통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핵심 설명서를 (은행이) 당장 마련하기 힘든 상황을 고려해 9월까지 유예기간을 줬다”며 “핵심 설명서 작성을 위한 은행권 공동의 지침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다음달 금소법 시행에 맞춰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든 투자상품에 대한 핵심 설명서를 작성하는데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자산운용사에서 작성한 상품설명서 내용을 점검하는데 더해 추가적으로 금소법 내용을 반영해야 하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주요 은행의 경우 최소 600개에서 많게는 1000개 넘는 종류의 펀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설명서 관련해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판매하는 펀드만 해도 수백 개가 되는데 모든 설명서를 단기간에 다시 작성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자산운용사와 협의하거나 외부 법률 자문을 받으며 핵심 설명서에 포함시킬 내용을 추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은행에서 마련할 핵심 설명서는 금감원 승인을 받는 자산운용서의 기존 상품설명서와 다르게 은행별 내규에 따라 준법감시인의 승인을 거쳐서 고객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이에 고객들에게 제공할 핵심 설명서 내용이 은행별로 차이가 나지 않도록 공통의 양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별로 중구난방이 될 우려가 있기에 협회 등을 통해 은행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심설명서에는 금소법 시행에 따라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와 절차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현재 금소법 19조 1항에 따르면 필수 설명사항을 상품내용, 투자위험, 위험등급(판매사 산정) 및 산정이유, 계약 해제·해지에 대한 사항, 만기 전 종료 조건, 청약철회 관련사항, 수수료, 민원 및 분쟁조정 절차, 위법계약해지권으로 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위험등급(판매사 산정) 및 산정이유 ▷청약철회 관련사항 ▷민원 및 분쟁조정 절차 ▷위법계약해지권에 대한 사항은 운용사 설명서에 나오지 않는다. 이에 은행이 마련할 핵심 설명서에 해당 내용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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