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로 불어 난 물에 집·사업장 잃은 피해자 내몰릴 판

지난해 세종·공주 건설 현장서 불어난 물로 일가족 5명 익사할 뻔
업체서 임시거처 마련해줬으나 6개월 지나자 나가라고 해
업체 "침수 원인 공사 때문인지 불분명.. 도의적 책임졌을 뿐"

[공주=뉴시스]송승화 기자 = 도로공사 중 폭우로 불어난 하천 물에 집과 사업장을 잃은 가족이 건설사 피해보상은 물론 이들이 마련해 준 임시거처에서도 내몰리게 됐다.

A씨는 지난해 7월말, B산업이 세종·공주 제2구간 도로공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잘못으로 집과 사업장, 가전제품 등이 물에 잠기며 목숨을 잃을 뻔했다.

당시 B산업은 인근 중상천의 통수를 위해 가도(假道) 아래 매설한 흄관이 갑자기 쏟아진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물이 불어났다.

불어난 물은 한밤 잠들어 있던 일가족 5명 집으로 순식간에 들어와 익사와 감전사를 당할 뻔했다. 다행히 현장을 목격한 공사장 관계자와 즉각 출동한 119의 도움으로 가족 모두 목숨을 건졌다.

하루 아침에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중고전자제품 수리 사업장과 집이 물에 잠기면서 생업을 중단하고 B산업이 임시로 마련해 준 신관동 빌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유발한 B산업은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피해보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임시 거처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A씨가 손해사정인을 통해 산정한 피해규모는 1억4000만원이다. 주택과 사업장의 침수, 그에 따른 전자제품 망실과 장기간 영업 불능에 따른 손해, 생존권 위협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포함됐다.

조속한 타결을 원했던 A씨는 이중 8000만원만 요구했으나, 업체는 그마저도 거절했다. 업체에서 제시한 합의금은 3000만원이다.

업체와의 대화에 한계를 느낀 A씨는 공사 감독기관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도 문제 해결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으나,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업체 관계자는 “피해보상 금액 차이가 너무 커 진전이 안 되고 있지만, 원만한 타결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폭우로 물이 불어 집으로 들어온 경위도 공사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도의적 책임 때문에 임시 거처 마련 등 조치를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방을 빼달라고 한 이유에 대해 “임시 거처 계약 당시 피해자가 6개월 뒤면 이사 갈 수 있다고 해서 그 시기에 맞게 계약을 했고, 계약기간이 끝나서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공사 중 발생한 민원이기 때문에 감독관청으로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는게 맞다”면서 “다만 상호 간 주장하는 피해규모의 차이가 커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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