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매코널에 "음침한 정치꾼".. 당 장악 의지?

허경주 2021. 2. 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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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음침한 정치꾼"이라 부르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성명은 매코널 원내대표에 대한 분노를 표명하는 수준을 넘어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실세에 대항하며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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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미국 대통령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AFP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음침한 정치꾼”이라 부르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가 지난 1월6일 발생한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을 강도 높게 성토한 데 따른 ‘뒤끝’ 성격에 더해,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란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그를 지지하는 ‘세이브 아메리카’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해 낸 성명에서 “매코널은 음침하고 뚱하고 웃지 않는 정치꾼”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그와 함께한다면 그들은 다시 이기지 못할 것”이라며 “그(매코널)는 필요한 일이나 나라에 옳은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요하고 적절할 때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미국우선주의’를 옹호하는 예비경선 경쟁자들을 지지할 것”이라며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1인자’를 향해 정제되지 않은 공격적 언사를 쏟아내는 것은, 최근 일련의 탄핵 과정에서 나온 매코널 원내대표의 발언과 태도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실제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상원에서 열린 탄핵심판에서 무죄에 표를 던지기는 했지만 이후 공개발언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날의 사건(국회의사당 난입사태)을 부추긴 실질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이 있다”고 몰아세웠다. 사법 시스템을 언급하며 “현재 진행 중인 형사사건을 통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무죄 판결은 받았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자 트럼프’로 불리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꾸준히 동조해 온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을 향해서는 “공화당의 암”이라고 저격한 반면, 미 하원의 탄핵소추안 표결서 찬성표를 던진 뒤 당내 친(親) 트럼프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신념이 깊고 행동할 용기가 있는 지도자”라며 옹호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성명은 매코널 원내대표에 대한 분노를 표명하는 수준을 넘어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실세에 대항하며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성명에 대해 “사실상 매코널 대표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평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자신의 기조를 따르는 예비경선 경쟁자를 지지하겠다는 성명을 낸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7,400만표를 얻었고 퇴임 이후에도 당내 지지가 여전한 만큼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상원의원들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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