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합참 "북 남성, 잠수복·오리발 착용하고 해안철책 통과..대응조치 미흡"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2021. 2. 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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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군 당국은 강원 고성지역의 민간인통제선(민통선)에서 붙잡힌 북한 남성이 바다를 헤엄쳐 월남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인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군의 해안철책 아래 배수로를 이용해 경계지역을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이 남성은 감시장비에 여러차례 포착됐으나 군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귀순 추정 남성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해상을 통해 GOP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 남성이 월남한 장소로 추정되는 강원 고성지역 해안가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이 발견됐다.

합참은 “지난 16일 오전 4시20분쯤 도로를 따라 북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던 해당인원을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로 식별했다”며 “민통선 내 미상인원 식별시 작전절차에 따라 작전병력을 투입해 민통선 북방에서 오전 7시20분쯤 신병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20대 초반의 이 남성은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남성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한 채 바다를 헤엄쳐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남쪽 해안가에 도달한 이후에는 장비를 벗은 뒤, 해안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과하는 방법으로 우리 군의 경계망을 빠져나갔다. 군은 이 남성이 배수로를 빠져나가 민통선 안을 활보할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CCTV 등 감시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으나 즉각 출동해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합참은 “현재까지 해당부대 해안경계작전과 경계 시설물 관리에 대해 확인한 결과, 해당인원이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우리 군 감사장비에 몇 차례 포착되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배수로 차단시설이 미흡했던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배수로 차단시설 일부는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결과에 따라 후속대책을 마련하여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해안 경계·감시망이 뚫린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사단장 등 해당 부대의 대대적인 문책이 예상된다.

북한 남성이 잠수복을 착용했다고 해도 한겨울 차가운 바다로 월남하는 것은 보통 체력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군과 정보 당국은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남성은 20대 초반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최전방 철책을 넘어 귀순 의사를 표명한 북한 남성도 마치 ‘기계체조 선수’와 같은 몸놀림으로 철책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작년 11월 북한군 남성의 ‘철책 귀순’과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있었던 곳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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