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코로나 1년 ④] '전쟁같은 일상' 코로나와 사투 벌이는 사람들
이순걸 청주의료원 진료부장
[편집자주]20일이면 충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꼭 1년이 된다. 코로나19에 뒤덮인 지난 1년 충북도민은 어두운 긴 터널을 헤쳐 나왔다. 하지만 두려움과 불편함, 경제적 고통 등을 수반한 코로나19는 도민들의 삶의 질 저하와 생활양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뉴스1은 충북 코로나19 발생 1년을 되돌아보며 실태와 문제점, 나아가야 할 길을 8회에 걸쳐 진단한다.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조준영 기자 = 코로나19가 충북을 집어삼킨 지난 1년은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불편과 피해를 감수한 164만 도민의 인내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사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만큼 우리의 생활은 이전과는 너무도 많이 변했다.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다.
송두리째 바뀐 일상을 매일 마주하며 코로나19와 1년째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인 의료진들과 관련 공무원들의 헌신은 도민의 인내와 희생을 더 값지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어떤 혹독한 환경에도 꿋꿋이 맞서며 도민의 일상을 찾아주기 위해 자신들의 생활을 반납한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윤건묵 충북보건환경연구원 감염병검사과장
코로나19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직후부터 잠들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코로나 검사 중추 기관인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이다.
누적 확진자 1700여명. 지역사회 확산이 폭발적으로 이뤄진 지난 1년은 전쟁과 같은 시간이었다.
연구원 전 구성원은 365일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비상 체계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들의 고군분투기를 윤건묵 감염병 검사과장을 통해 들여다봤다.
"지난해 1월 22일 중국 우한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3일 뒤부터 검체 검사를 시작했다. 이후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지면서 오늘날까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연구원은 검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추출, PCR 검사를 진행해 확진 여부를 가린다.
검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밀려든다. 한 예로 서울 광화문 집회발 감염 확산이 이뤄지던 지난해 9월에는 하루 최대 1000건이 넘는 수요를 처리했을 정도다.
"코로나 검사는 정확성에 신속성까지 겸비해야 한다. 판정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대충하려야 할 수가 없다. 또 늦으면 늦을수록 접촉자 격리는 물론 역학조사에 차질을 빚어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검사 요원에게 있어 휴식은 언감생심이다.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마당에 허리 펴고 쉬는 사치(?)를 부릴 여유는 없다.
오로지 허락된 건 초과근무와 밤샘뿐이다.
"검사과를 비롯한 연구원 전체가 뼈를 갈아 넣으면서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집에서 편히 두 발 뻗고 잠잘 형편도 안 돼 사무실 한편에 간이침대를 펴고 자는 때가 부지기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혹독한 근무 환경이다."
누적 검사 인원 7만여명. 검사과 직원 5명과 지원 인력이 일상을 포기하고 코로나19 전장에 뛰어들어 얻은 값진 훈장이다.
물론 그만큼 희생한 부분도 많다. 그중 하나가 가족이다. 연구원 구성원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 설까지 검체 검사에 매달려야 했다.
"고생하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는 직원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가정을 뒤로하고 감염병 사태에 맞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연구원 전 구성원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사명감을 잃지 않고 검사 업무에 경주할 계획이다. 그때 이들에게 필요한 건 진심 어린 응원이다.
윤 과장은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주어진 임무 수행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며 "도민 여러분도 감염병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순걸 청주의료원 진료부장
청주의료원은 도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받아 치료한 의료기관이다. 군인 신분인 도내 첫 확진자는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고, 2호 확진자가 청주의료원에 입원하면서 사실상 1호 환자를 맞이한 셈이다.
첫 코로나 확진자를 진료한다는 것은 병원 입장에서 부담과 책임이 부여되는 일이었다.
당시 바이러스와 관련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던 탓에 치료 방법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료법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았다. 고열이 발생하면 해열제를 처방하고, 기침이 심할 땐 기침이 나오지 않도록 조치하는 대증요법밖에 방법이 없었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의료진과 입원 환자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막는 일도 시급했다.
정보가 부족한 만큼 확산을 막아 환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초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과 달리 1년 가까이 사태가 이어지면서 의료진들은 번아웃(탈진) 직전에 놓였다. 여행과 휴가는 꿈도 꾸지 못했고, 가랑비에 옷 젖듯 코로나와의 사투는 일상이 됐다.
"의료진이 코로나에 감염되면 일반인에 비해 비난의 화살이 빗발친다. 여행은 물론 지인들도 만나지 않고 1년을 살아왔다."
"상황이 1년 가까이 이어지다 보니 간호사들과 의사 등 의료진들의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했고, 한달 두달 상황이 익숙해지면서 코로나가 일상이 되버렸다."
이 진료부장은 코로나 진료는 내과 의사들이 담당한다는 암묵적인 룰을 깨고 모든 의료진들이 업무를 분담하도록 했다. 업무 부담과 피로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병원 측의 노력과 반대로 일부 환자들이 의료진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경우도 있다. 도시락이 맛 없다며 타박을 하거나 커피 심부름, 환자들의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일 등이다.
"업무 외 심부름들이 의료진들을 힘들게 한다"며 "환자를 돌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이들을 버틸 수 있게 한 감동의 순간들도 있었다.
이 부장은 "의료인들에게는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해 퇴원할 때가 최고의 순간"이라며 "환자들 편지와 감사 인사, 시민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방역 수칙을 잘 지켜 우리나라의 방역체계가 바로 섰다"며 "바이러스를 발 빠르게 종식시켜 모든 이들이 고통을 이겨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청주의료원 의료진들은 재난의 순간 공공의료기관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vin06@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시동 끌 줄 몰라! 사람 쳤어! 어떡해"…강남 8중 추돌 여성, 엄마와 통화
- 여성 속옷만 널려 있는 집 침입, 21명 성폭행한 대구 발바리
- 정영주 "전남친 3명 유부남 됐지만 여전히 만나…아내들도 관계 안다"
- "성매매 중독 남편, 중국 여성에 스폰…땅값 1천억인데 '돈 없다' 이혼 주저"
- 옥주현, 길거리 한복판서 '후~'…"어렵다 어려워 흡연"
- 채림 "아빠 보고 싶다는 아들 위해 7년 만에 전남편에 연락"
- 알몸 그대로 비친 세탁기 판매글 올린 중고거래男…"100% 고의"
- 미나 "엄마, 심정지 후 욕조 물에 잠긴 채 발견…그 후로 반신욕 못해"
- 남보라 "♥예비신랑, 손흥민 닮았다…메가커피 지나갈 때마다 생각나"
- 로버트 할리 아들 "아빠 마약 이후 숨어 살아야겠다고 생각" 공황장애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