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 IPO 중단, 시진핑 경쟁세력 견제에서 비롯"

송경재 2021. 2. 1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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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0월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앤트그룹 본사. 사진=로이터뉴스1

중국 핀텍기업 앤트그룹 상장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쟁자들이 막대한 차익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도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드러났다.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주식시장 동시 상장은 사상최대 규모의 상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11월 3일(이하 현지시간) 상장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돌연 중단된 바 있다.

같은해 10월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이자 앤트그룹 창업자인 마윈이 중국 금융규제의 후진성을 강력히 비판해 시주석의 노여움을 샀다는 것이 그동안 주된 배경으로 지목돼 왔다.

또 중국 규제 당국이 앤트그룹 상장에 따른 중국 금융시스템 위험성을 우려한 것도 한 원인으로 주목받았다.

권력투쟁 경쟁세력 제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16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은 잘 알려진 배경 외에 또 다른 중요한 배경이 있다면서 그 배경으로 권력투쟁을 꼽았다.

이미 시장이 파악하고 있는 상장 중단 배경 외에 알려지지 않은 배경은 크게 2가지다.

중국 지도부가 앤트그룹의 복잡한 소유구조에 우선 우려를 나타냈고, 또 무엇보다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가 될 앤트그룹 상장으로 시주석과 중국 핵심 지도부를 위협하는 경쟁자들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것을 경계했다.

경쟁세력이 앤트그룹 상장으로 막대한 자금력까지 갖추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상장을 아예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앤트그룹 상장 수주일 전에 실시된 중앙정부의 비공개 조사에서 앤트그룹의 불투명하고 복잡한 소유구조와 함께 마윈, 알리바바와 앤트그룹 경영진, 그리고 시주석의 경쟁자들이 막대한 차익을 챙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시진핑이 2012년 집권한 뒤 지난 8년간 경쟁세력들을 대부분 축출해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막강한 절대 권력기반을 구축한 상황에서 앤트그룹 상장을 통해 강력한 경쟁자가 떠 오르는 것은 피하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권력 투쟁의 잠재적 경쟁자가 부상하는 것을 막는 것만이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시스템 위기 가능성도 배경
알려진 것처럼 앤트그룹이 위험은 국가에 떠넘기면서 막대한 사용자와 데이터를 이용한 막강한 권력과 이윤만을 향유하는 것이 금융, 나아가 경제 시스템에 심각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중국 당국은 우려했다.

앤트그룹 조사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앤트그룹 상장이 그대로 진행되면 앤트그룹은 "막대한 개인 사용자들을 토대로 엄청난 부를 챙기는 한편 위험 대부분은 국가에 전가시키게 될 것이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마윈이 10월말 중국 금융감독 당국자들까지 참석한 포럼에서 중국의 낡은 규제가 기술혁신에 걸림돌이 된다며 신랄하게 비판하자 중 당국자들이 격노했다.

마윈의 발언 전에 이미 시작한 정부의 비공개 조사와 규제당국의 견제 속에 마윈은 결국 앤트그룹의 대출을 비롯한 유사은행 서비스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와 동시에 시진핑은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소비자 데이터를 틀어쥐는 알리바바, 앤트를 비롯한 중국 대형 기술업체들의 관행에 철퇴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앤트그룹 상장이 시진핑 등 중국 지도부의 경쟁세력에 막대한 돈 줄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장쩌민계 등 경쟁세력 강화 견제
앤트그룹의 지분 소유 구조는 규제당국에 경종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 세력이 앤트그룹 상장으로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장 전 주석의 측근들은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으로 대부분 축출됐지만 장쩌민은 막후에서 여전히 강력한 힘을 구축하고 있어 시진핑이 늘 경계하고 있다.

한 축은 그의 손자가 설립에 참여한 사모펀드 '보유 캐피털'이었다.

앤트그룹 지분을 보유한 또 다른 축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출신인 장칭린의 사위가 주도하는 이른바 '상하이방'이다.

마윈은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버드대 출신으로 장쩌민 손자인 장즈청과 친분이 있었다.

마윈과 장즈청간 친분은 알리바바가 사세를 확장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장즈청은 마윈과 협상을 통해 야후가 갖고 있던 알리바바 지분의 절반을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당시 지분을 인수하면서 장즈청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자신의 투자업체 보유,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중국 개발은행과 시틱그룹의 사모펀드가 주축이었다.

이들은 모두 강력한 정치적 연대로 묶여 있었고, 지분 인수에 필요한 71억달러를 부담했다.

당시 이들은 컨소시엄을 통해 알리바바 지분 약 5%를 확보했고, 2년 뒤 알리바바 주식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면서 막대한 평가차익을 거뒀다.

알리바바로 맺어진 마윈과 장즈청간 인연은 앤트그룹으로도 이어졌다. 장즈청은 2016년 앤트그룹 초기 투자자 가운데 한 명으로 참여했다.

한편 시주석의 또 다른 경쟁세력으로 장쩌민의 강력한 동지인 자칭린 전 상무위원도 앤트그룹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자칭린의 사위 리보탄이 경영하는 베이징 자오드 투자그룹이 주주로 참여했다.

앤트그룹은 최근 금융지주사로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금융규제를 받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2년 안에 상장이 다시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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