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겨울 폭풍에 미국 70% 얼었다..최소 20명 사망
미국에 기록적인 한파와 겨울 폭풍이 덮치면서 최소 20명이 사망했다. 본토 48개주(州) 가운데 45개주가 눈으로 덮였고 정전과 단수가 잇따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까지 차질이 빚어졌다.
미 CNN방송은 16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을 인용해 본토 48개주 가운데 73% 이상이 눈이 쌓였다고 전했다. 지상과 항공·위성 자료를 토대로 2003년부터 관측한 이래 가장 넓은 지역에서 눈이 쌓인 기록이다. 미 국립기상청은 이날 40개주에 겨울 폭풍 특보를 내렸고, 미국 내 1억5000여명이 한파 경보 아래 놓였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발전 시설이 동파되거나 전력 공급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이날 새벽 기준 500만 가구 가까이 정전을 겪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이 같은 한파가 익숙하지 않은 남서부 텍사스다. 풍력발전기에 눈이 쌓이고 어는 등 가동을 중단하면서 410만 가구 이상이 전기가 끊겼다. 이 밖에도 오클라호마와 캔자스, 아칸소, 뉴멕시코, 루이지애나, 켄터키 등지에서 정전 사태가 일어났고, 네브라스카에서는 전력 순환을 위해 1만 가구씩 교대로 전기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은 단수 피해까지 겹쳤다. 텍사스 아빌린에서는 정전으로 수도처리장 3곳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12만3000여 가구에 수도 공급이 차단됐다. 같은 주 포트워스에서도 21만2000 가구가 단수되면서, 시 당국이 ‘물을 끓여 사용하라’는 안내문을 배포했다.
폭설과 도로 결빙으로 교통도 마비됐다.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2700편 이상 항공편이 결항됐다. 텍사스 휴스턴에서는 14일 하루에만 120여건의 교통사고가 보고됐다. 미시시피 고속도로 순찰대는 지난 15일부터 현재까지 400건 넘는 교통사고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전기와 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코로나 백신 출하가 지연되거나 접종을 보류한 곳도 있다. 지난 15일 텍사스 해리스 카운티에서는 발전기와 보조발전기가 고장 나 코로나 백신 8400개가 부패할 위기에 처하자 공무원들이 백신 할당 작업에 열을 올렸다고 CNN은 전했다. 미주리주에서는 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백신 접종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부는 백신이 일정 온도로 유지되지 않으면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날씨를 면밀히 관찰하고 주·지방 당국자들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일주일 동안 미국 500여곳에서 최저 기온 기록이 깨졌다고 전했다. 텍사스 휴스턴과 아칸소 리틀록은 1989년 이후 가장 낮은 영하 10도와 영하 18도를 각각 기록했다. 콜로라도 유마에선 기온이 섭씨 영하 41도, 캔자스주 노턴에서는 영하 31도까지 내려갔다.
미국 기상청은 텍사스와 아칸소, 오클라호마 일부 지역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보다도 최저 기온이 낮았다고 전했다. 적설량도 기록적이었다. 시애틀은 지난 주말 동안 1972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30cm 이상의 눈이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는 차가운 극지방 소용돌이의 남하를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북극 온난화로 인해 약화되면서, 찬 공기가 예년보다 남쪽으로 더 밀려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추위는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NOAA는 “이번 겨울 폭풍으로 미국은 1899년 2월, 1905년 2월 한파에 버금가는 기록적인 강추위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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