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 결과 나오기 전 비행기 타도 처벌 못한다?

검사 후 자가격리 않고 제주 넘나드는 확진 관광객들
현행법상 처벌 규정 없어..제주도 "격리 의무화해야"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넘나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제주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대구시민 A씨(제주 548번)는 지난 12일 오후 7시5분쯤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한 뒤 발열, 복통 증상이 나타나자 이튿날인 13일 오후 9시쯤 제주의 한 종합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A씨가 제주도로부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통보받은 때는 14일 낮 12시50분쯤. 그러나 A씨는 이미 이날 오전 8시25분쯤 비행기를 타고 자택이 있는 대구시로 이동한 상태였다. A씨와 내내 동행한 가족 1명은 대구시에서 뒤이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천시민 B씨(제주 32번)는 지난해 8월23일 오후 2시35분쯤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으나 이튿날인 24일 오전 9시50분쯤 서울 강남구보건소로부터 확진자 관련 연락을 받고 당일 오전 11시30분쯤 제주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B씨 역시 당일 오후 9시40분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미 검사 후 두 시간 만인 당일 오후 1시35분쯤 비행기를 타고 인천시로 가버린 상태였다. 당시 B씨와 접촉한 제주도민만 33명이었다.

반대 사례도 있다.

서울시민 C씨(중랑구 1085번)는 5일부터 기침, 두통 증상이 나타나자 8일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고 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때 이미 C씨는 가족 5명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해 지내고 있던 상태였다.

C씨와 비슷한 사례는 지난해 11월25일 1건, 12월24일 1건, 12월25일 1건, 12월26일 1건 등 4건이나 더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4일 설 연휴 특별방역대책 발표 당시 "부득이하게 제주를 방문할 경우 입도 전 3일 안에 검사를 받은 뒤 제주에 올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했었다.

음성 확인서 제출 시 공영관광지 입장료 할인 등의 인센티브까지 걸 정도로 절실했다.

그러나 실제 6일부터 14일까지 공영관광지 29곳을 방문한 8만1897명 가운데 음성 확인서를 제출한 방문객은 전체의 1.5% 수준인 1230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타 지역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감이 있었던 상황에서 검사 후 자가격리 수칙과 5인 이상 집합 금지 수칙을 모두 위반한 C씨 가족 사례가 발생하자 제주도는 최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전국 시·도에 건의문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경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반드시 자가격리하도록 강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상 코로나19 의심 증상 등으로 검사를 받은 뒤 결과가 나오기 전 비행기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

이동할 당시에는 법적 자가격리 대상자인 확진자나 의사환자(확진자 접촉 후 14일 안에 증상이 나타난 자)가 아닌 외출 자제가 권고되는 단순 유증상자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고의성 여부 등을 자체 판단해 잇따라 고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사회적 분위기 형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승호 제주도 역학조사팀장은 "(건의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역인력·자원이 부족하다는 분위기"라며 "접촉과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고비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검사 후 의무격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