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관계부처가 합의한 정부 단일안으로 못박고 입법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규제개혁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규개위는 공정위가 중복규제 문제로 공정위안에 반대한 방송통신위원회와 의견을 조정해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부대권고'를 제시했으나 이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의견 조율과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안이 결과적으로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됐다는 점에서 형식논리에선 공정위 주장이 틀리지 않지만, 합의안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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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개위 "중복규제 부처간 조정 후 보고"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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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규개위는 지난해 12월18일 공정위가 마련한 법안을 원안대로 의결하면서 "소규모사업자는 법 적용 예외를 둬야 한다"는 개선권고와 함께 "방통위 소관 전기통신사업법과의 중복규제 문제는 부처 간 조정이 이루어지면 그 결과를 위원회에 보고하라"고 개선권고했다. 공정위와 방통위 사이의 이견을 인정하고 두 부처가 중복규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인 것이다.
하지만 이후 공정위안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는 과정에선 두 부처 간 충분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 마련 과정에 밝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방통위는 과잉·중복규제 등을 이유로 차관회의 등에서 수정·반대의견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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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반대에 "국회서 균형있게 논의하자"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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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공정위와 국무조정실은 공정위안이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된 '전혜숙 의원안'과 함께 "국회에서 균형있게 논의하자"는 취지로 설득했고, 방통위는 국무회의에서 명시적인 반대의견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방통위는 과방위 소속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대면 거래 급증으로 공룡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외 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막기 위한 법안으로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 구글 등 국내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상이다. 플랫폼 대형화·독점화에 따른 입점업체와 소비자 피해를 막자는 취지지만 과잉·중복규제 및 혁신성장 저해 논란, 부처·상임위간 이견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안은 플랫폼사와 입점업체의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플랫폼 기업이 이른바 '갑질' 등 불공정 행위를 하면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혜숙 의원안은 공정위 안과 큰 틀에선 차이가 없지만 규제 범위와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이용자 보호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국회 정무위 2020.1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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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정무위 당정협의 불과, 정책위서 결정"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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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단에 "공정위안이 정부에서 마련한 단일하고 합의된 안"이라며 "국회에서 무게감을 다르게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공정위 소관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도 전날 당정협의에서 "온라인 플랫폼 관련 규제안은 공정위가 제안한 안이 정부의 유일한 안"이라고 했다. "공정위 법안 중심의 입법을 추진하는 쪽으로 교통정리를 했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중복규제 논란에 대해서도 "중복규제였으면 규개위, 법제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규개위가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는 발언이지만 규개위는 부처간 이견 조정을 권고했던 셈이다.
과방위에서도 정무위와 공정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이 나왔다. 과방위원장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무위 차원의 당정협의에 불과하다. 최종적으로 당 정책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 정책위가 정무위의 공정위안과 과방위의 전혜숙 의원안을 조율해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란 얘기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정무위·과방위 의원들이 다함께 모여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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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방통위 합리적 역할분담, 혁신성장 장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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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내에서도 "정부안 마련 과정에서 균형있는 국회 논의를 약속해 반대하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형식논리를 앞세워 공정위안이 정부의 합의된 단일안이라고 주장해 당황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정책위 차원에서 정무위와 과방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법은 당 정책위가 마련하는 조율된 조정안을 토대로 입법 논의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에선 국회 입법 과정이 정부안 마련 때처럼 상임위간 힘겨루기로 흐를 경우 과잉·중복규제로 인해 혁신 성장의 장애가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런 맥락에서 공정위와 방통위의 합리적 역할 분담을 통해 최소한의 규제로 혁신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조율된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기획법무담당관은 최근 관련 공청회에서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단일 법안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며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유기적인 연계 체계를 마련해 적절하게 협의하며 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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