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긍정 검토'서 '완전 배제'된 이유는
"인센티브에도 시장 인식 '부정적'..공급 차질" 우려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정부가 '2·4 공급대책'에서 도입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검토하던 노후 단지들이 서둘러 발을 빼는 분위기다. 대책 발표 이후 신규 매입자는 현금청산 대상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거래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는 최근 주민 설문조사를 거쳐 재건축 추진 방식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완전 배제하기로 했다. 이에 현재 추진 중인 공공재건축 또는 민간재건축 중 사업성 개선 효과가 큰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곡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 10~11일 토지 등 소유자 270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인 136명 모두가 공공 직접시행 방식의 재건축 추진을 포기하자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곡아파트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토지 등 소유주는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의 문제점으로 소유권을 공공기관에 넘기는 부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공공 직접시행 방식의 검토 단계에서 토지 등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 단지는 공공재건축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공 직접시행 사업 참여 시 공공재건축과 달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적용과 재건축 조합원 2년 의무거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주민들 사이에선 공공 직접시행 사업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책 발표일인 4일 이후 신규 매입한 주택은 추후 공공 직접시행 사업지로 선정될 경우,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정하면서다.
시장에서는 섣불리 주택을 구입했다가 시세에 못 미치는 감정가에 현금청산을 당할 것이란 불안감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에 공공의 참여가 예상되는 노후 단지에선 매수 문의가 크게 줄어드는 등 거래절벽 조짐을 보인다.
집주인 입장에선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신을 1주택자라고 소개한 이모씨는 최근 국토교통부 여론광장 게시판에서 자신의 빌라 처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청약 취소 위기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 빌라를 사는 사람은 발표 이후 구매이기 때문에 개발지역 집을 사면 공공개발 시 현금청산 대상자이고 입주권을 받을 수 없는 조항이 있다"며 "갑자기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주택 처분 서약을 했기 때문에 팔지 못하면 입주가 취소되고 분양권을 날린다"며 "그동안 피땀 흘려 모든 계약금과 중도금 이자까지 날리게 생겼다"고 부연했다.
사업성이 충분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일찌감치 공공 참여에 대해 선 긋기에 나선 상황이다. 자칫 고급 아파트의 이미지가 훼손돼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송파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의 공공 개발은 쾌적한 주거 환경을 원하는 주민들의 수요와 맞지 않는다"며 "공공 참여 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려는 정부 입장을 고려하면 단지 고급화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개발에 대한 시장의 낮은 참여로 주택공급 물량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20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에는 83만 가구를 넘게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공공개발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시하더라도, 아직 성공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의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이러한 인식이 계속 확대되면서 정부가 계획한 주택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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