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희룡 "제주와 상생 개발사업에 가점 부여, 2공항도 적극 추진"

유한빛 기자 2021. 2. 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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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제주]④
원희룡 제주도지사 "송악 선언, 모든 개발 금지 아냐"
"지역민과 상생하고 일자리 창출하는 사업은 적극 유치·지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 관광업계를 마비시킨지 1년. 국내 관광산업의 한 축을 담당한 제주도 역시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주 관광산업은 하루 4만명대에 달했던 입도객이 3분의 1로 줄면서 시름하고 있다. 호텔·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은 물론, 관광객들이 자주 찾던 식음료업장과 전시관 같은 관광시설, 운수업까지 영업에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관광산업의 질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그간 ‘가성비 여행’에만 국한됐던 제주 관광산업을 고도화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행정과 규제당국인 제주도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제주도의 미래 청사진을 듣기 위해 조선비즈가 지난 2일 오후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만났다. 서울 출장 중이던 원 지사는 1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바쁜 업무 중에도 서울 여의도의 제주도청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이뤄진 이날 인터뷰 직전에는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공직자 노사교육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원 지사는 야당인 국민의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2014년 도지사에 당선된 원 지사는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사업성과 사업자의 자금력, 환경영향을 모두 재검토하고 도민 여론 등을 반영해 인허가 하겠다고 했다. 제주도 개발 찬성 진영으로부터는 "지역 발전을 도외시한다"고, 반대 진영으로부터는 "환경 보호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원 지사가 발표한 ‘청정 제주 송악 선언’을 두고도 "앞으로 제주도 개발 사업이 전면 금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청정 자원을 지키는 문제는 엄격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제주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는 개발과 관광 상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제주의 브랜드를 살릴 수 있는 개발 사업은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도 차원에서)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어떤 개발 사업도 안되는 게 아니라, 질적으로 더 높고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제주만의 고유 색깔이 있는 개발 사업과 관광 상품으로 가야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주연 PD

그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경관을 사유화하거나 주변 환경을 해치는 외부 불경제가 발생하는 사업, 빌라와 주택만 짓는 부동산 개발식 사업을 지양하겠다는 뜻"이라면서 "(도가 제시한) 환경 관련 기준 준수 외에도 (개발 사업 인허가에) 지역주민과 상생, 일자리 창출 등에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제주도민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이 100%에 육박한 점을 고려해, 지난 2015년 제2공항을 신설하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환경 파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역민 일부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발이 묶였던 상황이다.

이에 국회는 2021년도 국토교통부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제2공항 관련 예산을 집행하려면 도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조사결과는 오는 18일 오후에 발표된다.

원 지사는 제2공항 추진 여부가 여론조사 결과에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제주도 제2공항은 국책사업이고, 여론조사 결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도민들의 찬반 의견이 분분한 사업이지만 (제2공항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도민 여론조사는 그 결과를 참고하고, 국토부가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전달할 것"이라면서 "(제2공항 건설 사업의) 문제로 거론된 사항들도 주민들을 이해시킬 것은 이해시키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면서 원만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주 제2공항 예정 부지 전경. /제주도청 제공

서귀포시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는 지난해 4월 제주관광공사의 면세점이 철수한 자리에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가칭)'을 열 계획을 세우고, 서귀포시로부터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 허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제주신화월드 운영사인 람정제주개발은 일부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투자자들은 지역민의 반대로 사업이 길게는 수 년씩 지연되는 제주도의 특수성을 경영 위험요소로 본다.

- 제주도에서는 지역민 100% 동의를 못 받으면 사업을 못한다는 우려가 크다.
"당연히 제주도청이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사안이다. 아웃렛에서 취급할 품목은 지역상권에서 다루지 않는 상품 위주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도 시장 경제에 맞게끔 어느 정도 경쟁을 통한 발전도 이룰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은 최후의 수단이고 최저 기준이다. 법보다 주민들의 의견에 맞출 수 있으면 당연히 좋지만, 어렵다면 조정해야 한다. 서귀포 지역에서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프리미엄 아웃렛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꽤 있다."

-소송전까지 불거진 ‘영리병원’은 다시 추진될 여지가 없나?
"문제가 된 영리병원의 정확한 용어는 ‘외국의료기관’이다. 외국인이 투자를 위해 설립한 법인(병원)을 말한다. 국제투자는 수익이 회수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당연히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이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자유무역지역으로도 지정돼 있어, 법률상 국제투자병원도 허용된다.

중국 녹지그룹이 (병원 개설을) 신청한 이후 ‘국내 대형 병원도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면서 의료 공공성이 무너지고 건강보험체계가 혼란에 빠지는 부작용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 때문에 제주도청은 ‘외국의료기관은 외국인을 상대로 진료하라’고 조건부로 허가했고, 투자자 측에서는 조건부로는 병원 운영을 못하겠다면서 (조건부 인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청의 결정이 정당했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병원 미운영과 소송 진행 여부는 모두 녹지그룹에 달린 문제다."

녹지국제병원 전경. /제주도청 제공

-이미 병원 건물도 완공됐는데, 녹지그룹이 손을 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원래 제주도에 대한 (투자) 유치와 개발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라는 공기업이 주로 담당한다. JDC에서 나서서 새로운 내국인도 허용하는 병원으로 전환하든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관련된 요양시설이나 특수한 의료 기능을 하는 공공병원, 건강진단 전문병원 등으로 만드는 안을 다양하게 검토할 수 있다. 제주도가 직접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JDC, 보건복지부 등 중앙정부와 건보공단, 공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

또 다른 안으로는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를 포함해 앞으로 여러 가지 제약, 바이오, 의료 관련 연구개발(R&D) 시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니까 의료·바이오 R&D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더 좋은 조건을 부여하면 국제적인 바이오 기업들이나 투자자들이 유입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 진행이나 투자는 도청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중앙정부, JDC를 포함한 공기업 등 다자가 풀어야 할 문제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10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앞에서 자연 경관을 해치는 개발 사업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송악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일대에 호텔을 지으려던 중국 기업의 사업 계획도 백지화될 전망이다. 제주도 입도객에게 환경 부담금인 ‘환경보전기여금’을 부과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제주도 방문객에 부과하는 ‘환경보전기여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는데.
"환경 부담금은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라 꾸준히 논의되고, 전문기관 연구용역 등도 이뤄졌던 사안이다. 연구 등을 거쳐 렌터카나 숙박시설 요금에 (입도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시됐다. 유럽의 경우 도시마다 지방세로, 주로 호텔에 부과하는 편이다. 숙박 요금을 계산할 때 포함된다.

하지만 숙박·렌터카업체 등이 (관광업계에) 전가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제주도 관광객 사이에서는 ‘우리가 봉이냐’는 반응도 나온다. 환경보전기금은 앞으로 제주도를 찾는 분들이 쾌적하고 만족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주도의 환경을 잘 지키는 용도로 사용하려는 것이지, 제주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 도민들이 이기적으로 쓰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더욱이 세금에 관한 부분은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 모든 조세는 국회에서 법으로 정해 부과된다. 환경 보존에 대한 여행객들의 요구도 많다. 환경보전기여금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조달하고 사용할 것인지도 국민적인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결정해야 한다. 관련 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정도면 국민적 공감이 이뤄진 상황일 것이다."

지난 2020년 10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앞에서 자연 경관을 해치는 개발 사업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송악 선언’을 발표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도청 제공

-국회와의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법안이 마련되도록 도청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을 하겠지만, 국회에서 언제 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주도는 국회의원이 3명밖에 안 된다(웃음)."

제주도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2002년 4월부터 무사증 제도를 시행했다. 한국 정부와 사증(비자)면제프로그램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국민도 30일 동안 비자 없이 제주도에 체류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지난해 2월부터 무비자 입국이 일시 중단됐다.

-일시 중단된 제주도 무비자 입국 제도는 언제쯤 재개할 수 있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물론 출입국 등 이동의 자유는 관광산업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출입국 자유화는 국제적인 논의와 백신 접종, 내부 방역체계 등에 달려있기 때문에 제주도 차원에서 정하기에는 너무 가변적인 사안이다. 비자 면제는 법무부 권한이기 때문에 제주도는 건의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 여행이 자유로워진 이후 문제이기 때문에 (외국인 입국이 허용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국제적으로는 코로나 여권, 면역 여권이나 비자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뉴질랜드나 싱가포르처럼 방역이 철저하고 백신을 접종한 국가 국민은 인증서를 갖고 제한적으로라도 출입국 자유를 주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전염병과 관련해 방역 안전 구역 안에 있다는 뜻)’ 같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방역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도가 외국인을 받을 수 없고, 외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면 제주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코로나 면역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세워 방역체계를 지킬 것인지,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등과 협의해야 한다. 제주도가 도외에서 오는 관광객과 국외에서 오는 관광객에 어떻게 대응할지 코로나 상황 단계별 시나리오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 서귀포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를 졸업했다. 그에게는 '수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학창 시절 내내 전국 수석을 지켰고, 1982년 대입 학력고사에서도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서울대 법대 수석 합격, 사법시험 34회에서 제주 출신으로 첫 수석합격했다. 검사로 지내다 16대 총선 때 정치권에 입성했다. 서울 양천갑에서 3선을 했고, 초선 시절인 2002년 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공동대표로 맹활약했다. 2014년 제주도지사에 취임한 후 민선 6기와 7기 도정을 이끌고 있다. 2018년 무소속으로 제주도지사 재선에 성공, 광역단체장 중 유일한 무소속 당선인이 됐다. 합리적인 보수로 알려진 그는 보수 진영 내에서도 소신있는 행보로 자기 주장을 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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