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D10' 가시화.. 한국이 손에 쥔 초청장은 '양날의 검' [한반도 인사이트]

홍주형 2021. 2. 1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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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7회의 첫 참석에 '쏠린 눈'
올해 의장국 英, 한국·印·濠·EU 초청
美·英, 중국 겨냥 동맹전선 구축 앞장
3개국 편입시켜 D10으로 확대 노려
한국, 참여 땐 선진국으로 도약 기회
'反中 전선' 성격에 외교적 부담 우려
G7 참석 장점 살리면서 셈법 나설 듯
G7(주요 7개국) 정상들이 지난 2019년 8월 프랑스 비아리츠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G7 대면회의는 코로나19로 개최되지 못했다. 올해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회의에선 7개 회원국과 함께 한국, 호주, 인도, 유럽연합(EU) 정상이 테이블에 앉게 된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6월11일 영국 콘월 카비스 베이에서 개최되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간다. ‘초청국’ 자격이지만,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선진국들이 모인 G7 회의에 한국이 처음으로 참석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번 G7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코로나19로 지난해 대면회의를 건너뛰고 2년 만에 열리는 회의다. 지난 3일 화상으로 열린 G7 제1차 준비회의에선 올해 회의 주제로 ‘모두에게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for all)’이 선정됐다.

한편 모이는 나라들만 놓고 보면 지난해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D10(Democracy10·민주주의 10개국)의 형태와 일치한다. 올해 의장국인 영국은 G7(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에 더해 한국, 호주, 인도, 유럽연합(EU)을 초청했다. 7개국에 한국과 호주, 인도를 더하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5월 5G 분야에서의 대중국 대응 협력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언급한 D10과 맞아떨어진다.

전환기인 올해 열리는 G7에 참석하는 것은 한국에게 또 다른 도약이다. 다만 D10이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을 상당 부분 품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손에 들린 G7 초청장은 양면적이다.
◆D10은 왜 생겼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 조언자로 알려진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연대를 구성할 필요를 이전부터 제시해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역시 D10을 수년 전부터 언급하는 등 D10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교무대에서 D10이 본격 등장한 것은 미·중 경쟁 격화와 관련이 깊다. 존슨 총리가 지난해 D10 개념을 꺼내든 데 이어 지난달 12일(현지시간)에는 미국 행정부의 대아시아 전략을 관장할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국제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을 겨냥한 동맹 구축을 강조하며 한국을 포함한 10개국 연합체(D10)와 쿼드(Quad·4자) 확대를 언급했다. 캠벨 조정관은 ‘미국은 어떻게 아시아 질서를 강화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존의 인도·태평양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연합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D10이 태생부터 반중 연합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6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D10에 대한 구상은 역사가 길다”며 “자유주의자인 아이켄베리 교수가 처음 제시했을 때는 유엔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뭉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美·英 적극 나선 D10, 한국은

미국의 경우 D10은 바이든 대통령이 주장하는 미국의 핵심가치를 복원하는 장이다. 민주주의, 기후변화 대응, 인권 등이 모두 이에 포함된다. 영국은 D10을 매개로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외교정책으로 내세우는 ‘글로벌 브리튼’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려 한다.

한국에도 D10은 중견국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D10이 가진 반중 전선의 성격은 한국에겐 부담이다. 존슨 총리가 지난 5월 D10을 제시하면서 언급했듯 이번 G7 회의에서도 5G 네트워크 문제가 G7과 초청국들의 만남에서 의제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고, 모인 민주주의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의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화상 준비회의에서 의장국인 영국은 한국을 초청한 이유에 대해 “개방적이고 민주적 사회라는 공동의 가치하에 모두에게 더 나은 재건, 새로운 전염병의 유행 예방, 기후변화 대응 등 인류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 해결에 한국이 기여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7이 D10으로 확대되는 시나리오는 아직 미정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선 G7 참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지난 2018년 6월 9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G7(주요7개국)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논쟁을 벌이고 있다. 퀘벡=UPI연합뉴스
◆D10은 G7을 대체할 수 있을까
미국을 포함한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의 경쟁 심화로 D10이 각광받지만, D10이 본격적으로 G7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박 교수는 “G7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내부에서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국가가 3개 더 들어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몫을 나눠야 하는 일인데 G7 회원국들이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를 G7에 새로운 회원국으로 편입시키려 했을 때 독일과 일본에서 반대했다.
지난 2018년 6월 8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개막, 참석자들이 회담을 열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뒤 가운데·시계방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비동맹 노선을 취하는 인도는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과 완벽하게 보조를 맞추지 않으며, 때로 중국과도 가까운 행보를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경우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는데, 터키·헝가리·필리핀 등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아직 민주주의 측면에서 이행기 상태인 나라들을 포섭할 수 없다는 이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워싱턴·베이징 AP=신화·연합뉴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를 G7에 포함하려고 했던 것과 달리 새롭게 대두된 D10에는 러시아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라는 반론을 제시한다. 코로나19 등 전 세계적 위기를 겪으면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필요가 절박해진 만큼 D10에 새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D10은 모든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해결하기 어렵지만 꼭 필요하다고 보는 5G 네트워크와 공급망, 두 가지 이슈에 대한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며 D10의 출현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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