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정말 차등의결권 때문일까

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2021. 2.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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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경제개혁연대 "쿠팡은 애초에 미국에 설립된 미국회사..복수의결권 없어 미국행 택한 건 앞뒤 안 맞는 말"
정부, 차등의결권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 특별조치법 개정안 발의..노동 ·시민단체 "재벌 세습 도와주는 차등의결권 법안 폐지해야"
쿠팡 로고. 쿠팡 공식 페이스북
쿠팡의 뉴욕증시행이 공식화되면서 차등의결권 제도가 다시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쿠팡은 지난 12일 미국 뉴욕증시 직상장을 추진하면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에게 그가 보유한 클래스 B 주식에 대해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단 2%의 지분만으로도 50%가 넘는 최대주주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법 제369조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업계와 언론에서는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을 두고 쿠팡이 복수의결권 때문에 한국을 제치고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내에서 복수의결권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회사는 국내회사인 한국쿠팡이 아니라 미국회사인 Coupang LLC (쿠팡유한회사)"라고 지적했다.

Coupang LLC는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미국 증시 상장이 당연하다는 것.

경실련 정호철 간사는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Coupang LLC는 한국 쿠팡의 지주회사로, 당초 미국 내 투자유치를 위해 설립된 회사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쿠팡의 미국증시 상장은 복수의결권 때문이 아니라 미국 내 기관투자자들과 글로벌 벤처캐피탈로부터 펀딩을 받아왔던 과거부터 이미 예정됐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쿠팡이 마치 국내에서는 차등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아 미국 증시행을 택한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한형 기자
정부는 현재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지난해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 한해 1주당 의결권을 10까지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과 국민의힘 이영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차등의결권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포기했다는 선언"이라며 정부 입법안 철회를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15일 논평을 내고 "국회는 양경숙 의원과 이영 의원, 정부가 발의한 벤처기업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한다"며 차등의결권 도입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차등의결권은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인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더욱 심화시키는 제도"라며 "차등의결권은 결국 재벌의 세습만 도와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추진을 두고 일부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쿠팡은 애초에 미국에 설립된 회사"라며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지난 2011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쿠팡이 애초 목표한 나스닥 대신 뉴욕증권거래소를 선택한 점을 두고 나스닥보다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상장을 통해 총 10억 달러(1조 1천억 원)을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쿠팡의 기업공개(IPO) 규모가 중국 알리바바 이후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쿠팡의 가치도 500억 달러(약 55조 4천억 원)로 평가했다.

숙명여대 서용구 경제학과 교수는 "쿠팡은 한국 서비스 기업 중에서 최초로 미국에 직상장한 사례"라며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더블이 되면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배달 서비스업까지 진출하면서 미래 성장성과 확장 가능성에서 최고의 인정을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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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tooderigi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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