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한국 3대 수출국, 기후위기 대응 압박..코너몰린 韓경제"

김경은 2021. 2. 17.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 인터뷰
RE100 동참, 기업 생존 문제로
탄소배출 국가, 관세 부담 커질 것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우리나라의 3대 수출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장은 훨씬 더 이전에 변해있다.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기후위기 대응 기업에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들은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이른바 소비자·투자자·글로벌 공급체인으로 이뤄진 ‘삼각형대’가 완성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태계는 거의 조성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느슨해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들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기후위기 대응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일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뛰어넘는 주류의 목소리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교수)는 서울대 관악구캠퍼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에너지 사용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의 90%가 발생한다.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RE100’에 동참하는 것은 단순히 사회적 기업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 심어주는 것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는 물론 소비자들도 기후대응 기업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홍 원장은 경제학자로서 기후와 환경 분야에서 25년간 연구해 온 기후경제전문가로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구글, 애플 등 이미 글로벌 200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은 매년 제3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생산설비와 생산량에 대한 검증을 받고 추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한화큐셀,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RE100을 선언하는 곳들이 늘고있다.

나아가 홍 교수는 국제무역질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그는 “자유무역주의 질서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흐름은 이미 대세를 탔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복귀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세를 메기거나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이후 곧바로 파리기후협약에 가입했고, 유럽연합(EU)은 2023년 탄소국경세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탄소 무역장벽을 쌓고 있다. 이에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우리 정부는 물론 개별기업들 스스로도 기후위기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1년을 탄소중립 실행 원년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발표된 내용 중 중요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7억t이 넘는 배출량을 5억3600만t(2017년 대비 24.4% 감축목표)으로 약 2억t 가까이 줄이겠다는 데에서 더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추세가 줄거나 적어도 정체되어 있는 상황도 아니고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려온 걸 앞으로 10년간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이다. 혁신적 재정투자와 스마트한 규제 등이 필요한데, 환경부 혼자선 불가능하다. 기획재정부나 산업자원부 등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경제부처가 함께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는한 지금 추세로는 현재 목표도 어렵다고 본다. 특단의 정책조합이 나와야한다.

-2050 탄소중립 선언이 현실성이 낮다 보는가.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모든 정책의 귀결은 기존의 에너지를 사용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여부다. 우리나라 탄소 배출의 90%가 에너지 사용에서 나오기 때문에 결국 에너지 사용이 핵심이다. 석탄 원자력 등을 재생에너지로 바꿔나가는 것이 핵심 정책수단이 돼야한다. 그러나 그동안 재생에너지 설치는 민원과 환경부의 반대 등으로 각종 난관에 봉착해왔다. 일정한 기준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 부처간의 정책조율도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어떤가.

△유럽은 이미 탄소배출량이 감소로 돌아섰고, 감축목표도 추가 상향했다. 독일은 2019년 기준 42%에서 2030년까지 65%로, 프랑스는 20%에서 40%로, 캘리포니아주는 53%에서 60%로, 뉴욕주는 29%에서 70%로 늘리기로했다. 우리나라는 상상도 못할 수치다. 한국 사회는 국제 사회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경제구조를 감안해야하지 않나.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이 전지구적 관심사일 때 유럽은 산업정책에 ‘그린딜(GreenDeal)’을 전방위적으로 내세웠다. 우리나라로 치면 그린뉴딜에 ‘뉴(new)’가 빠진 것이다. 그린정책은 전혀 새로운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뉴딜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미 다 알고있는 문제를 게으르고 비용에 대한 부담이 든다고 하지 않았던 것이였다는 반성도 포함된 것이다. 유럽의 ‘그린딜’의 핵심 주장은 기후변화 대응은 위기 대응 정책이긴하나 신성장전략이며 경제성장정책이라는 것이다. 기후대응을 경제와 바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엄청난 재정투자를 하고 각종 규제, 혁신 정책을 도입해 경제를 완전히 그린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제와 환경이 상호작용한다는 큰 그림에서 디지털이 접목돼 에너지 혁신 일자리를 만들고 법제화도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이익을 받는 기업도 있다. 그래서 요즘 유럽은 ‘공정한 전환’,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불이익을 받는 산업과 집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산업 지형의 예상되는 변화는

△우리 3대 수출대상인 미국, 유럽, 중국이 먼저 나서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이 봇물 터질 것이고, 개별 기업들도 거래 상대 기업에 대해 재생에너지 활용을 요구가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지금까지 잘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위기의식을 엄청 느끼고 있다. 애플이나 구글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로 만든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직간접적 압박이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이미 ‘RE100’에 동참하고 있고, 앞으로 그런 기업에 대해 거래를 늘리겠다고 하는 식이다.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등 투자회사들도 바뀌고 있고, 앞으로 금융회사도 이런 요구를 할 것이다. 소비자들도 변화하고 있다. 투자 공급 소비 이른바 삼각형대가 이뤄진 것이다. 반대로 탄소감축에 적응을 마친 기업들은 오히려 이게 경쟁력이 된다. 정부에 규제강화를 로비를 하기도 한다. 일부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가 공급되는 곳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정책 전망은.

△취임 이후 일련의 행정명령 들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들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파리협약에 대한 재가입과 재생에너지 확대, 건물단열기준 상향, 공공부문 전기차 구입 등이 나와있다. 나아가 플라스틱세 도입과 탄소국경조정세 도입 등을 예고했다. 이미 유럽이 하고 있으니 미국도 하겠다는 것이고, 미국이 하면 전세계를 동참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결국 무역조치로도 압박할 것이다. 유럽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이 RE100과 탄소국경조정세에 전향적으로 나오면 자유무역주의의 WTO 시스템도 바뀔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기후를 국가안보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체험하고 있다. 탄소를 줄이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에 대한 국제적 압박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