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고 고문직도 OK"..노골적인 中의 OLED 유출 시도
매년 터지는 기술·인력유출 사고..업계·정부도 고심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경력별 처우 협의, 주택 제공, 정규직 또는 고문직도 가능.'
최근 국내 대형 채용포털에 올라온 헤드헌팅 업체의 채용 공고 중의 일부다.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기술 전문가를 모집한다는 이같은 게시물과 유사한 공고가 2월 둘째주부터 일주일 새 9건이나 등록된 것으로 나타나 디스플레이 업계에 인력 유출 비상이 걸렸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한 헤드헌팅 업체가 이번달 들어서 채용 포털을 이용한 해외 기업의 올레드 인력 모집 공고를 잇따라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고문에는 자격요건으로 '국내 대기업 경력 필수'라고 표기돼 있다. 관련 직무로는 Δ올레드 마스크 Δ올레드 증착 Δ올레드 모듈 공정 등이 소개됐다.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 정보에 대해서는 외국계 기업이면서 해외에 상장돼 있고 올레드 패널을 제조하는 곳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같은 내용만으로 유추해볼 때 중국 기업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삼성과 LG를 제외하고 올레드를 생산 중이면서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BOE와 티엔마(Tianma) 등 중국 기업뿐이다.
특히 이 기업은 국내 올레드 인력을 채용하는 조건으로 내건 처우로서 정규직이 아닌 고문직도 가능하며 주택, 항공권, 의료보험 등도 회사에서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노리는 것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서 올레드 기술 개발을 맡았던 엔지니어들이다.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회사의 처우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집중 타깃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레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분야다. 스마트폰 중심의 중소형 제품은 삼성이, TV 기반의 대형 시장은 LG가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장악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2017년을 기점으로 한국을 제치고 LCD(액정표시장치) 시장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은 노골적으로 국내 올레드 기술 및 인력 빼내기에 혈안이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로 현재 스마트폰용 중소형 올레드를 양산하고 있는 단계다. 아울러 TCL 산하의 CSOT나 티엔마(Tianma) 등도 꾸준히 올레드 투자를 늘리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레드는 지난해 수출 109억달러를 달성, 3년 연속 100억달러 수출탑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대표 ICT 수출품목이 됐다. 그러나 계속된 중국 기업들의 국내 인력 유출에 업계와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국가간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기술유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사업장 생산시설 유지·보수를 맡은 중국 업체인력들이 보안스티커를 무단으로 훼손하고 주요 공정 설비를 무단으로 촬영해 외부로 빼돌리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당초 우리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어온 국내 장비업체 인력들의 현지 출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중국 장비업체들이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업계에선 삼성, LG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2년간 경쟁사 이직 금지 등의 계약조건을 내걸고 있으나 '직업 선택의 자유' 앞에서 인력 이동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 직원들이 중국과 사전에 모의해 한국인 혹은 국내 기업으로 위장해 기술이나 인력을 빼내려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로도 지정돼 있는 올레드 기술의 유출은 국가적으로도 큰 경쟁력 손실이 될 수 있다"면서 "필수 인력 지키기와 기술 보호를 위해 민·관·정이 힘을 합쳐 실질적 대응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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