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달해"..달릴수록 적자 서울지하철, 멈출 수 있다

기성훈 기자 2021. 2. 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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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공사 안팎에서는 운영자금 부족으로 지하철 운영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월부터 운영자금 부족한데 지하철 멈추나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공사는 부족자금 누적에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인한 수입 급감까지 겹쳐 올해 연말 부족자금이 1조991억원으로 예상된다.

공사의 부족자금은 2018년 1164억원에서 2020년 9872억원으로 8.5배 가량 급증했다. 당초 올해 부족자금은 1조5991억원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공사는 올해 초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운영자금 9000억원을 조달했고 2차 공사채(5000억원) 발행도 계획 중이다.

그럼에도 공사는 오는 10월 이후 운영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말 CP(일시차입금) 상환액 80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 부도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공사가 공식적으로 부도 우려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공사 관계자는 "매년 부족자금 누적, 코로나19 결손으로 자금 부족 가속화로 부족자금 해소방안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며 "공사의 존폐 위기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이후 수년째 요금동결…노인 무임수송 비용 어쩌나
공사의 누적적자는 계속 쌓이고 있다. 공사는 지난해에만 약 1조9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5865억원)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운수수입 급감, 상가 공실 증가 등으로 인한 부대수입 감소 등이 직격탄이 됐다.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 구간의 수송 인원은 2019년 27억2625만명에서 지난해는 19억7912만명으로 27.4%나 급감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19년 746만9180명이었으나, 지난해는 541만9368명까지 줄었다. 공사의 운수 수입도 2019년 1조6714억원에서 지난해 1조2199억원으로 4515억원 감소했다.

공사는 매년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요금 구조를 만년 적자의 원인으로 꼽는다. 서울 지하철 요금은 2015년 1050원에서 1250원으로 1차례 인상된 이후 변동이 없다. 수송원가가 기본운임보다 높은 구조가 계속돼 공사로서는 운행을 하면 할 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지난해 공사는 승객 한 명을 태우는 데 약 2061원의 돈을 썼다. 그렇지만 요금은 1250원 수준에 그친다. 승객 한 명을 태울 때마다 811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이에 더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노인 등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작년 2767억원)도 부담이다. 공사 관계자는 "운송 원가보다 낮은 운임, 무임 수송 손실 등으로 인해 만성적인 적자 상태에 놓여있다"면서 "요금인상, 무임수송에 대한 국비 보전 등 구조적인 시스템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차장, 건물' 자산 매각한다…안전투자 비용은 어떻게?
공사는 비상상황에 맞춰 비상경영관리단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사는 우선 직원 피복비, 커피값 등 복리후생비를 줄이는 등 자구노력을 진행한다. 사당주차장 부지(3400억원), 용산국제빌딩(504억원) 등도 적극 추진한다. △도시철도공채 초과 매출분 배정 △도시철도공채 (부채) 이관 △무임승차제도 개선 공론화 등도 목표로 삼았다.

가장 큰 과제인 요금조정 추진은 올 하반기에 100원 정도로 예상했다. 100원 인상으로 약 1100억원의 수입 증대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공사는 추산했다. 다만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요금 인상 계획을 내놓을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지하철의 안전투자 감소 우려다. 지하철 운영과 재무상태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하철 노후화에 따른 시설 교체가 늦춰질 수 있다는 목소리다.

서울 지하철은 개통 후 30년이 넘은 낡은 시설로 매년 6000억원 정도의 안전투자비용이 필요하다. 공사 관계자는 "부족한 운영자금에 따른 투자 축소 및 지연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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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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