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민통선서 잡힌 北 남성..'노크귀순' 22사단 또 경계실패?
대침투경계령 '진돗개' 발령, 포착 3시간 뒤 확보
철책 넘어오는 동안 군은 몰랐다?..경계태세 전반 점검 중
2012년 '노크 귀순'-지난해 11월 월책 사건 발생한 부대
경계작전 힘들기로 손꼽히는 지역.."시스템 개선 필요" 지적
험준한 산악지대와 바닷가 일대를 관할하는 육군 22보병사단은 경계작전이 어렵기로 손꼽히며 관련된 여러 사건으로 언론의 집중 질타를 받아 왔는데, 이번에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바람에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철책 안쪽의 민통선에서 CCTV 포착…3시간 만에 포착해 검거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4시 20분쯤 동해 민통선 검문소 일대에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인원 1명을 CCTV로 포착했다.
군은 일대에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를 발령한 뒤 병력을 투입해 그를 찾아다녔고, 3시간만인 오전 7시 20분쯤 신병을 확보했다. 해당 주민은 북한 남성으로 추정된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는 이 선을 기점으로 남북 2㎞까지를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DMZ)로 설정하며 이 지역이 시작되는 곳을 남방한계선이라고 한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군은 작전을 위해 MDL 이남 10㎞, 즉 남방한계선 남쪽 8㎞ 지역까지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지정할 수 있다.
고성 바닷가에서는 약간은 다르지만 시스템 자체는 비슷하다. 맨 바깥쪽의 바닷가를 따라 2중으로 철책이 설치돼 있고, 그보다 안쪽에 군 부대와 민간인 출입통제선이 있다. 유명한 고성 통일전망대도 민통선 안에 있다.
합참은 이 남성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던 중 민통선의 검문소 일대에서 CCTV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산 또는 바다를 통해 남방한계선 또는 해안 철책을 넘어올 동안 군이 전혀 몰랐고, 민통선 일대에서 뒤늦게 포착해 붙잡았다는 뜻이 된다.
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해상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을 포함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상식적으로 2월에 바다를 헤엄쳐 오기는 힘들다. 만약 바다를 거쳐 왔다면 잠수복 등 도구를 이용해야 앞뒤가 맞는다.
이 남성은 현재 어떤 방법으로 해당 지역에 오게 됐는지와 귀순 여부 등을 포함한 합동조사를 받고 있다.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는 전비태세검열실 인원들을 보내 이 지역 해안경계를 포함한 경계태세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 '노크 귀순' 등 경계작전 문제 잇따라…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해당 부대는 2012년 '노크 귀순' 사건과 지난해 11월 GOP 월책 사건이 발생한 육군 22보병사단으로 파악됐다. 이 부대는 고성 일대의 험준한 산악지형과 길게 뻗어 있는 해안지대를 함께 경계하고 있다.
2012년 10월 노크 귀순 사건 당시 북한군 병사 1명이 DMZ를 넘어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두드릴 동안 군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이 병사는 GOP 생활관까지 가서 출입문을 두드렸고 그제서야 알게 된 우리 군 병력들이 신병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남성 1명이 DMZ를 거쳐 GOP 철책을 넘어왔다가 14시간 만에 붙잡혔다. 당시 군은 열상감시장비(TOD)로 이 남성이 철책을 넘는 상황을 보고 있긴 했지만, 자동으로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경보가 함께 울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조사 결과 이는 철책에 하중이 걸리면 알람이 울리게 돼 있는 유발기가 오래돼, 내부에서 부품 등을 고정하는 나사가 풀려 있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당시 군은 1차 봉쇄선 안에서 이 남성을 붙잡았다는 이유로 작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 개량을 조기에 추진하는 등 일대 작전을 더 충실히 하기로 했지만, 이번에 또 실책이 발생한 셈이다.
다만 이 지역은 산악지대와 바닷가가 겹쳐 있으며 지형이 아주 험준하고, 근무지에서 곧바로 보기 힘든 사각지대들까지 곳곳에 있어 경계가 힘들기로 손꼽힌다. 내륙 산악지대는 각 근무지 사이의 거리가 좁은 편이지만, 바닷가라는 특성상 한 곳에서 경계해야 할 지역도 넓다.
일각에선 병력이 한정돼 있어 경계 부담이 무척 크며, 주변 환경과 경계작전의 구조적인 문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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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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