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0년 만의 주식 호황인데, '예금'으로 간 일본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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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 닛케이225지수가 30년 6개월 만에 3만선을 돌파하며 세계적인 증시 상승 흐름에 보조를 맞췄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46조6000억엔 넘는 주식을 보유해 일본공적연금(GPIF)을 제치고 일본 증시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일본 증시는 16일에도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랠리를 이어가며 1.28% 오른 3만467.75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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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 닛케이225지수가 30년 6개월 만에 3만선을 돌파하며 세계적인 증시 상승 흐름에 보조를 맞췄다. 11월부터만 33%가량 치솟으며 '잃어버린 30년'을 되찾고 있는데 현지에선 축제 분위기를 느끼긴 어렵다. 개인에게 주가 상승의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학개미' '로빈후드' 등 개인 투자자들이 랠리를 주도한 한국, 미국과 달리 최근 일본 증시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와 일본은행이 이끌었다. 1980년대 버블 당시 투자에 뛰어들었던 개인들은 버블 붕괴 후 트라우마에 갇혀 주식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소개한 일본인의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닛케이지수가 3만선을 돌파한 15일 도쿄에서 만난 한 50대 직장인은 "실물 경기와 비교하면 위화감이 든다"면서 "헤세이 버블 당시 같은 열정이 없다. 극히 일부 사람들만 구입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0년 동안 일본 국민은 주식을 계속 팔아왔다. 30년 간 개인 투자자들이 팔아치운 주식 규모는 68조엔(710조원)에 달한다. 1990년대 말 20.4%에 이르던 개인의 지분율은 2019년 말 16.5%까지 떨어졌다.
개인이 판 주식은 외국인이 받았다. 외국인 지분율은 1990년대 말 4.7%에서 2017년 말엔 30.3%까지 뛰었다. 거래액 중에서의 비중을 보면 더 하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주식 매매금액에서 외국인 비중은 1989년 10%가량이었는데 지난해엔 70% 수준으로 커졌다.
일본은행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으로 일본 증시의 큰 손이 됐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46조6000억엔 넘는 주식을 보유해 일본공적연금(GPIF)을 제치고 일본 증시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이렇다 보니 일본 증시가 사실상 관제 시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시를 떠난 개인들은 손실 위험이 적은 예금으로 몰렸다. 일본 개인의 금융자산 절반 이상은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며 주식 같은 투자상품은 13%에 그친다.(미국의 경우 45%)
지난 8일 일본은행 발표에 따르면 1월 은행의 예금 평균잔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8% 증가한 806조1633억엔(8441조원)이었다. 증가율과 잔액 모두 역대 최고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개인들이 덜 쓴 돈과 코로나 지원금 일부가 예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분석된다.
라쿠텐증권의 구보타 마사유키 전략가는 증시에서 외국인 비율이 커진 점을 지목하며 "일본인들은 주가 상승 혜택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카니증권의 다카다 하지메 글로벌리서치센터 책임자는 "외국인, 일본은행에서 벗어나 국내 투자자가 시장을 지탱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많은 국민이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주식 상승의 과실이 대중에 돌아가지 못하자 양극화 우려도 나온다. 와세다대학교 이와무리 미츠루 교수는 "부자가 되지 못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사회는 절벽으로 달리는 위험을 안고 있다"며 "이는 버블 붕괴 이상으로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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