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2년째 카젬 사장 출국금지, 개방형 통상국가 맞는가

선상원 2021. 2.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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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이어 2월 수출 69% 급증, 차와 반도체가 이끌어
한국지엠 1월 판매 76% 증가, 올해 경영정상화 분수령
카젬 사장 파견법 위반 혐의로 3년 넘게 사법리스크
출국금지로 경영에 지장, 법무부 출국금지 해제해야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들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한 480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월에도 1~10일까지 180억달러로 전년 대비 69.1% 급증했다. 반도체(57.9%)와 자동차(102.4%)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효과다. 특히 한국지엠의 증가세가 무섭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1일 발표한 1월 완성차 5개사 판매실적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3만6126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4% 증가했다. 내수 6106대, 해외 3만20대로 각각 19.7%, 95.2% 늘었다. 5개사 평균(내수 17%, 해외 6%) 증가율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해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7년 만의 흑자전환에 실패한 한국지엠에게 올해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전환점이다.

지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며 세운 경영정상화 계획을 현실화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해초 출시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의 북미시장 수출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하고 오는 2023년 내놓을 CUV 차량에 대한 연구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 카허 카젬 사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수출물량 확보와 안정적인 노사관계 형성, GM 본사와의 가교역 등 카젬 사장의 전방위적인 활동이 필요한데,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있다. 지난해 7월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된 카젬 사장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지난 2018년 1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가 카젬 사장 등을 고발한 후 고용노동청의 수사와 검찰의 보강 수사, 재판까지 무려 3년 넘게 사법리스크가 이어지고 있고, 출국 금지만 해도 몇 번씩 연장되며 1년 넘게 출국이 막혀있다.

개방형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외국계 회사 CEO의 인권을 이렇게까지 침해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신체의 자유를 거론할 것도 없이, 출국금지는 낯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이 사안 자체가 중하지 않다. 재판이 진행중이기는 하지만, 혐의 자체가 파견근로자법 위반이라 벌금형 선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지엠 전 사장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었다. 출입국 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벌금 미납에 따른 출국금지 금액이 1000만원이다. 1심 재판부가 카젬 사장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지 알수 없으나, 벌금형 선고 확률이 큰 재판을 핑계로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한국지엠은 2013년 대법원 선고 전에, 노조와 협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생산공정을 조정해 파견법 위반 리스크를 줄였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고용부는 지난 2012년 한국지엠을 사내 하도급 운영 우수 업체로 선정하기도 했다. 고용부의 지침에 따라 사내 하도급을 운영했는데,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재차 기소를 당한 것이다.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차고 넘친다.

카젬 사장은 고용노동청 조사와 검찰 수사에 매번 응했고 재판에도 성실하게 출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취임해 3년 임기가 끝났지만,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GM의 해외 생산법인 중에서 가장 큰 한국지엠 사장이 출국금지가 해제됐다고 해서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을 무시할 리 없다. 수출이 전체 생산물량의 80%를 넘는 한국지엠 입장에서, CEO의 비즈니스 활동은 회사의 생존을 좌우한다. 카젬 사장이 연초에 있어야 할 곳은 GM 본사가 위치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다. 지난달 28일 카젬 사장은 자동차산업협회에서 열린 제12회 자동차산업발전포험에 참석해 “한국은 외국인 직접투자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노사 갈등, 불확실한 노동정책 등이 투자를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카젬 사장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야 생산물량을 확보하고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래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한국지엠이 직간접적으로 창출한 일자리만 15만여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답할 때다.

선상원 (won6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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