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심부름, 꽃순이.. 성차별적 관행도 '직장 내 성희롱'으로 간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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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생일 축하 자리에 여성 직원만 참석을 강요해 병풍처럼 세워뒀어요."
하지만 성별 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성차별적 괴롭힘이라면, 성적인 언행이 없었다 해도 성희롱으로 간주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국내에서 성적 언행이 주요 이슈여서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며 "이제 성희롱은 섹슈얼한 것을 넘어 젠더 위계관계까지 포괄한 차별적 불쾌감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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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생일 축하 자리에 여성 직원만 참석을 강요해 병풍처럼 세워뒀어요.”
별 다른 말도, 접촉도 없이 그저 그렇게 축하 행사가 끝났다면, 이건 성희롱일까 아닐까. 그간 '직장 내 성희롱'이라면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는 성적인 언행을 의미했다. 성적 언행이 없었으니 성희롱이 아니다. 하지만 성별 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성차별적 괴롭힘이라면, 성적인 언행이 없었다 해도 성희롱으로 간주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직장인 성희롱, 괴롭힘 실태와 대안 토론회'에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송옥주 의원, 여성가족위원회 권인숙 의원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2017년 11월부터 3년간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성희롱 관련 질의 364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①우선 성희롱 피해는 다른 괴롭힘과 함께 왔다. 성희롱 피해자가 성희롱뿐 아니라 인사피해나 따돌림 등 다른 괴롭힘도 함께 당한 경우는 68.7%에 이르렀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는 성희롱뿐 아니라 폭언, 폭행, 감시, 사생활 침해, 사적 업무 지시, 모욕 등의 여타 괴롭힘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②직접적인 '성적 언행' 없이도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등 성적 굴욕감을 준다는 제보가 많았다.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인 윤지영 변호사는 “여성은 그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따라 역할을 부여하거나 괴롭히는 건 현행법상 성희롱이 안될 수 있다"며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고, 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면 이 또역시 성희롱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③같은 맥락에서 결혼·출산 등에 대한 불쾌한 질문도 성희롱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서울여노) 회장은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젊은 여성들의 경우 그런 질문에 불쾌감을 느껴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으로선 성적함의가 없으면 성희롱 인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요즘 젊은 세대와 조직 문화간 간격이 상당하고, 조직 문화가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④이 때문에 성희롱이 이제 성차별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국내에서 성적 언행이 주요 이슈여서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며 "이제 성희롱은 섹슈얼한 것을 넘어 젠더 위계관계까지 포괄한 차별적 불쾌감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도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한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은 '성적 괴롭힘'과 '성차별적 괴롭힘' 모두를 성희롱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⑤정부는 일단 현행법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오영민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지금도 '직장내괴롭힘방지법'에서 성차별적 괴롭힘을 다룰 수 있다"며 "다만 근로감독관이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면 전문가로 구성된 판단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도록 올해부터 예산을 확보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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