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부터 용인·구미까지.. 아동학대 줄줄이 터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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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이후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정인이 사건을 기점으로 최근 4개월 간(2020년 10월~2021년 1월) 접수된 서울 지역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070건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어났다.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해 5월 1,099건이었던 전국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6월엔 1,841건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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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적극 신고로 인식 변화
지난달 서울 아동학대 신고 2배 증가
제도 변화 원하는 욕구 분출도
지난해 10월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이후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천 어린이집 교사들의 원생집단 학대를 시작으로 새해 벽두에는 경기 일산에서 20대 친모가 창밖으로 신생아를 던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달만 해도 용인에서 10세 아동이 이모 부부의 물고문 학대에 사망했고, 경북 구미에선 3세 여아가 친모의 방치로 숨진 채 발견됐다.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을 두고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선 시민들의 인식변화를 주된 이유로 꼽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활환경 변화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해석한다.
아동학대 신고는 2001년 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후 줄곧 증가했지만, 최근처럼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정인이 사건'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정인이 사건을 기점으로 최근 4개월 간(2020년 10월~2021년 1월) 접수된 서울 지역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070건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어났다.
특히 정인이 양부모의 1차 공판이 진행된 올해 1월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15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배 급증했다. 설 연휴였던 지난 11~14일에도 전국 경찰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하루 평균 47건으로 지난해(24건)보다 2배 증가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신고 건수가 급증하는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해 5월 1,099건이었던 전국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6월엔 1,841건으로 급증했다. 2013년 울산 계모 학대 사건이 알려졌을 때도, 이듬해 연간 신고 건수가 40%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잔혹한 사건이 알려지면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커지면서, 높은 신고율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신고 의무가 없는 일반 시민들은 아동학대를 남일이나 훈육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 아이의 불행한 죽음에 분노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정인이 사건에 대한 충격과 분노로 아동학대에 대한 대중의 민감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수년간 참혹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제도 변화를 원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누적된 것도 신고 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순 학대가 아니라 아이들이 사망하는 강력사건이 유독 많은 것을 두고는,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고 학교 폐쇄로 학대 징후 발견이 어려웠던 상황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도 아동학대를 포함한 가정폭력 사건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심리적 거리가 멀다면 배우자나 자녀를 대상으로 한 폭력이 일어나기 쉽다"며 "코로나19로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도 감정을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교사나 의사 등 신고 의무자들이 학대 아동을 발견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주변 이웃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밥은 잘 먹고 있는지, 혼자 지내지 않는지 교사들이 물어보고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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