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의 문준용 작가 지원은 '아빠찬스' 특혜일까?

채지선 2021. 2. 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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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제기할 만한 이유 있었지만, 특혜로 보긴 어려워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4월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은 코로나19로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은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이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모 사업을 벌였다. 여기에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가 지원했고,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문씨가 1,400만원을 수령했다.

최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문준용씨의 예술지원금 특혜 수령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서울문화재단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고, 곽상도 의원은 재단의 해명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문준용 작가 지원은 특혜인걸까.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해본 결과, 예술계에선 의혹을 제기할 만한 사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특혜라고 보기엔 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통령 아들이니 다른 예술가들에게 양보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문씨가 공모사업에 지원해 지원금을 받은 건 예술가의 당연한 권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문준용 지원하려 선발인원 늘렸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서울문화재단이 당초 공지한 선발인원(150명 내외)보다 많은 수(254건)를 선정한 부분이다. 곽상도 의원은 재단 측이 대통령 아들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선발인원을 늘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재단이 심사가 끝난 후에 선발인원을 늘렸는데, 의원실 계산대로면 시각 분야에서 34등을 한 문씨가 탈락했을 것이란 게 요지다. 그러면서 곽 의원은 “예상보다 지원자가 늘면 예산을 더 편성해 예정보다 더 선발해 왔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에서 선발 인원이 처음 고지한 인원보다 늘어나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무리한 게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각종 공모 사업에 지원해본 경험이 있는 예술계 단체의 대표는 “사업 주체 측이 심사위원의 판단에 따라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수혜를 받게 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하는 창작준비금지원사업(창작디딤돌)을 들 수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지난해 이 사업을 하며 예정된 선발 인원(상ㆍ하반기 합쳐 1만2,000명)보다 3,000여명 더 많은 1만5,260명에게 지원금을 지급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원자가 급증해 동점자가 많이 나왔다. 힘든 시기임을 감안해 자문 회의 등을 거쳐 지원 대상을 늘리기로 결정했었다”고 전했다.

문씨가 지원한 서울문화재단의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 공모사업에서 심사를 맡았던 이들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아동ㆍ청소년극 분야 심의위원이었던 조현산 예술무대 산 대표는 “예술인 지원사업에서 원래 고지한 선정 인원보다 실제 선정 인원이 늘어나는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다”라며 “코로나19로 피해를 안 입은 곳이 없는 상황에서 되도록이면 많은 곳에 지원금이 갔으면 해 조금 더 확대하자는 의견을 냈고, 그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분야 심의에 참여한 김성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장도 “코로나19 상황은 좀 특별했다고 생각한다. 예산 조정이 가능하면 더 많은 예술인을 뽑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연극 분야 심의위원이었던 지춘성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재단이 재난적 상황에 직면한 예술인들에게 조금 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전체 예산을 늘려 선정 건수를 늘린 것”이라며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고무적이고 발 빠른 대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의 없는 피해사실 확인서로도 통과했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문준용씨가 재단에 제출한 피해사실 확인서다. 문씨가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비교적 짧게 피해사실을 적어냈는데도 선발이 됐다는 게 문제가 됐다. 곽상도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합격자들이 여러 장의 피해사실 확인서를 작성한 것과 대비된다”며 “탈락자를 포함하더라도 피해사실 사유가 최고 수준으로 성의 없이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문씨는 구체적인 피해내용을 기술하라는 부분에 “현재까지 총 3건의 전시가 취소되고 그 외에도 오래 기획되었던 여러 전시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될지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됨. 특히 2월에 예정되었던 아시아호텔 아트페어는 불과 1주일 전에 취소되어 손실이 큼. 작품 판매 기회가 상실되었으며, 상기 취소된 전시를 위해 제작하였던 여러 작품들의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함”이라고 적시했다.

문씨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사실이 없는데 지원금을 수령한 것도 아니고, 피해사실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받은 것도 아니어서 문씨가 선정된 걸 특혜로 보긴 어려워 보인다. 피해사실 내역서는 재단이 공모사업을 시작하며 홈페이지에 공개한 심의기준(사업계획, 사업내용, 사업성과)에 포함돼 있지도 않다. 피해 사실을 네 줄 이하로 작성하고 지원 대상자에 선정된 사례가 문씨만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아들이면 양보했어야” vs “예술인이 누릴 수 있는 권리”

물론 더 힘든 예술인을 위해 문씨가 양보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마저도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미술 작가인 정윤희씨는 “대통령 아들이라서 받으면 안 된다는 건 감정적인 접근”이라며 “공적인 제도를 통해 선정돼 받았다면 예술가가 그의 권리를 실천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화예술계 종사자도 “대통령 아들이라고 공모 사업에 지원해 지원금을 받은 것까지 문제 삼는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다만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특혜 논란과는 별도로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 독립예술 창작 지원 단체의 대표는 “문준용 작가가 지원금을 받은 게 문제가 아니라, 신진 작가 등 조금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되는 층이 지원금을 받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전했다. 정윤희 작가도 “코로나19 긴급 지원인데도 선별 지급이 이뤄졌다. 도움이 절실하지만 경력이 부족하거나 서류를 작성하는데 능숙하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적정 기준을 통과한 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지원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노지운 인턴기자 jiwun07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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