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점의 문화재] 금동신발 끝.. 솟아오른 용
1500년 전 망자(亡者)의 넋이 무사히 하늘로 올라가기를 바랐을까. 발등 끝에 부착된 용(龍)머리 장식이 금방이라도 비상할 듯 날렵하게 솟아있다.
백제 금속 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5세기 금동신발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전북 고창 봉덕리 1호분과 전남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백제 금동신발 두 점을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16일 밝혔다. 삼국시대 금동신발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는 것은 처음이다.
금동신발은 살아있을 때 신었던 것이 아니라, 장례 때 망자의 발에 신기는 의례용이다. 화려하게 장식한 용, 연꽃무늬에는 죽은 이의 영생을 꿈꾸는 산 자들의 염원이 담겼다. 비슷한 시기의 중국 유적에선 찾아보기 힘들고, 일본 고분에서는 여럿 출토됐으나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 봉덕리 금동신발은 길이 32㎝로 바닥과 측면에 용, 인면조(人面鳥·사람 얼굴에 새 몸통을 가진 상상의 동물), 사람, 연꽃 등 각종 문양을 투조(透彫·뚫어 만듦)로 장식했다. 바닥에는 징 18개를 박았고, 오른쪽 신발 안에서는 발뼈도 확인됐다.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은 발등 끝에 올려진 용머리 장식이 특히 눈길을 끈다. 백제는 물론 삼국시대 금동신발을 통틀어 용머리 장식이 부착된 유일한 사례다. 전체 길이 32㎝. 바닥에 투조로 장식한 용 얼굴 2개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으며, 용 머리에 난 뿔과 귀, 코, 이빨까지 보인다. 황정연 학예연구사는 “백제 금동신발은 총 19점 출토됐으나 대부분 형태가 훼손된 채 수습된 반면, 이 두 점은 완전한 형태로 발굴돼 백제 고유의 문양과 상징, 백제 공예문화의 독자성을 밝힐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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