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美 국적 보유… 중국과도 관계 원만
15일(현지 시각)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66)는 WTO 26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수장이다.
그는 아프리카인이면서도 미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넓은 인맥을 구축했다. 고등학교까지 고국 나이지리아에서 마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라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MIT(매사추세츠공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워싱턴DC의 세계은행에서 25년간 일했다. 국제 개발 업무를 맡아 운영이사까지 올랐다. 미국 거주 기간은 30년이 넘고 미국 국적도 가진 이중 국적자다.
2003년 오콘조이웨알라는 고국 나이지리아에 돌아가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냈다. 외무장관은 2006년 몇 개월간 잠깐 맡았지만 재무장관은 두 차례(2003~2006·2011~2015)에 걸쳐 7년을 역임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여성이 재무장관이 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아프리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이지리아에서 재무장관을 맡은 경력은 국제사회에서 조명을 받았다. 그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인재로 각인되는 계기였다.
재무장관 시절 석유 산업 개혁을 추진했다. 반대 측이 그의 모친을 납치한 적도 있지만 물러서지 않는 강단을 보였다. 경제 통계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산출하는 방법을 정비해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모범을 보였다.
그는 2012년 세계은행 총재에 도전하며 아프리카 대표로 국제기구 수장이 되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한국계 미국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세계은행에 전무이사로 복귀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백신 공동 분배를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이끄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그가 당면한 가장 큰 숙제는 코로나 사태로 위축된 세계무역을 되살리는 것이다.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중재해야 한다. 그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해왔지만, 중국이 만든 국제 개발 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국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 중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약점으로는 국제 개발 전문가라서 무역과 관련된 실무를 해본 경험은 없다는 점이 꼽힌다.
남편은 신경외과 의사이며, 자녀를 넷 뒀다. 장남 우조딘마(39)는 미국에서 의사 겸 소설가로 활동한다. 아프리카 소년병(兵)의 삶을 다룬 ‘국적 없는 짐승들(2005년)’이란 작품이 여러 문학상을 휩쓸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