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신속검사' 한달반 넘게 미적대다.. 이제야 추진
방역 당국이 국내에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확산하자,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리던 변이 검사 기간을 늦어도 사흘 안에 끝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지 한 달 반 넘게 지나고 감염자가 100명에 육박할 때까지 ‘거북이 검사’를 고수하다 이제야 손을 쓰는 것에 ‘늑장 대응’이란 지적도 나온다.
◇뒤늦게 변이 검사 시간 단축 나서
1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5일부터 질병청은 민간 업체를 대상으로 변이 바이러스 검사 용역 사업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마감은 26일이다. 질병청의 ‘코로나19 변이 탐지를 위한 신속 분석 시스템 운영’ 사업 제안 요청서와 입찰 공고에 따르면, 질병청은 7920만원 예산을 들여 현행 5~7일 걸리던 검사를 3일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질병청과 5개 권역별 대응센터로부터 분석 요청을 받은 민간 업체는 1일 내에 검사 대상자의 유전자 증폭 산물을 수거해 간다. 이후 변이 여부를 2일 이내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최장 3일이 걸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변이 바이러스 검사는 질병청과 민간 업체 1곳 등 두 기관이 맡아 결과가 나오는 데 5~7일이 걸렸다. 이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기까지 거의 일주일이 걸렸다. 이 때문에 변이 감염 확인 후 2차, 3차 접촉자에 대한 조치도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었다. 질병청은 지난 11일에야 민간 업체 2~3곳을 포함해 분석 기관을 8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입찰이 이제 시작되면서 변이 바이러스 신속 검사 체제가 가동되는 건 다음달 첫째주에서 둘째주가 될 전망이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검사 소요 시간이 단축되면 변이 확진자 주변에 대한 선제 검사가 가능한데도 위기감이 커지고 나서야 대응하는 건 안일하다”며 “예산도 8000만원 정도면 되는 걸 왜 이제까지 손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변이 검사도 제대로 안 해
16일까지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94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28일 영국발 변이 감염자가 처음 확인된 이후 한 달 반 새 100명에 육박하게 됐다. 최근 일주일 사이 40명이 늘어 속도도 빨라졌다. 변이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못하면 ‘4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백순영 카톨릭대 의대 명예고수는 “입국자에서 가족, 친척, 그리고 지역사회로 변이 침투 위험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신속 검사를 늦게 도입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 변이 검사도 속도가 늦다. 실제 변이 바이러스 누적 확진자는 방역 당국 공식 발표(94명)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많다. ‘경남·전남 외국인 친척 관련 집단 사례’ 38명의 변이 바이러스 확진 규모를 사실상 축소 발표했기 때문이다. 38명 가운데 8명은 영국발 변이가 확인됐다. 그러나 나머지 30명은 변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크지만, 검사가 지지부진했다. 방역 당국은 그동안 “변이 검사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다, 그 중 7명은 검사할 분비물량이 부족하고 23명은 이미 접촉이 확인돼 굳이 검사할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그런데 변이 확산이 현실화하자 뒤늦게 신속 검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역 사회 전파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유전체 중 변이 바이러스 여부만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검사법을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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