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MB때 국정원 사찰은 불법.. 하지만 선거와 연관돼선 안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6일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정원이 18대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를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 “선거에 악용될 여지에 대해 걱정한다. 선거와 연관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사찰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박 후보는 여권에서 국정원 사찰 시작 시점으로 꼽는 2009년 하반기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박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불법 사찰 논란을 일으킨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선거에 연결되지 않도록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다만, 국정원의 사찰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는 민주당 위원들 요구에는 “정보위가 의결로 (요구)하면 비공개를 전제로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회 정보위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특정 사안에 대해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을 수 있다. 국회 정보위는 전체 위원 12명 중 민주당이 8명으로 단독 의결이 가능하다.
국정원은 다만 “제삼자 개인 정보가 포함된 비공개 기록이라 당사자가 아닌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직무 범위를 이탈한 불법 사찰 정보”라며 “국정원의 60년 불법 사찰 흑역사를 처리할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은 국정원에 자신들과 관련된 사찰성 정보 공개를 청구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이날 ‘국가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결의안’을 발의했다. 야당에선 “국정원이 국회에 사찰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MB 정부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도 불법 사찰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사찰 정보) 업데이트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연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사찰이 없었냐는 위원들 질의에는 “없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불법 사찰 관련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박근혜 정부의 관련 기록을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DJ 정부 시절 국정원이 1800명을 상시 불법 도청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모두 다 공개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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