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잇단 전기차 화재.. 코나 배터리 전량 교체로 가닥
지난 15일 경남 창원의 한 내리막길을 달리던 현대차 전기버스 ‘일렉시티’에 불이 났다. 불이 붙은 곳은 배터리가 장착돼 있던 버스 지붕이었다. 운전기사는 손님 없이 정비를 마치고 가던 중이었고, 재빨리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현대차 코나 전기차에 화재가 잇따른 데다, 일렉시티에도 코나와 같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코나 전기차 화재는 2018년 5월부터 국내외에서 총 15건이 보고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조사는 국토부가 1차 리콜에 나선 지난해 10월에서야 시작됐다. 코나 전기차는 현재까지 국내 3만3000대, 해외까지 합치면 16만대가 팔린 현대차 간판 전기차다.
현대차는 작년 1차 리콜 때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업그레이드했다. 하지만 지난 1월 23일 대구에서 BMS 리콜을 완료한 코나 차량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현대차 및 LG에너지솔루션과 합동대책팀을 꾸렸고, 코나 배터리 과(過)충전을 반복하는 실험도 수차례 했다. 하지만 정작 실험에선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배터리 셀의 일부 불량 가능성이다. 국토부는 1차 리콜 당시 “제조 공정상 셀 제조 품질 불량으로 분리막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음극과 양극을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분리막이 훼손돼 합선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LG 측이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면서,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둘째는 배터리 충전율 문제다. 현대차가 코나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충전율을 97%로 설정했는데, 배터리 한계치에 가까워 화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나리오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100% 충전하더라도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반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는 배터리 패킹 불량 가능성이다. 배터리 팩에 충격 등으로 인한 크랙(금)이 발생해 습기가 찼다는 추정이다. 화재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지기 때문에 현대차와 LG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 및 리콜 범위 등에 따라, 어느 한쪽은 대외적인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대규모 배상이라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대구에서 발생한 코나 화재와 관련해 이달 내에 화재 원인과 함께 2차 리콜(시정조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에 제출할 ‘자발적 리콜 계획’을 준비 중인 현대차는 특정 기간에 생산된 코나 전기차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작년 1차 리콜 당시 대상이었던 국내외 7만7000여대(2017년 9월~올해 3월 생산분)를 포함해 같은 배터리가 들어간 아이오닉EV 1만여대와 전기버스 일렉시티 수백대도 리콜 대상에 포함시킬지 검토 중이다. 오는 23일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 공개 행사에 앞서 코나 화재 문제를 과감하게 털고 가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는 우선 국내 판매분 2만6000여대는 리콜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리콜의 경우 전 세계적인 배터리 공급 부족으로 인해 완료되는 데 1~2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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