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정부는 왜 하는 일마다 국민에 정직하지 못한가
실제는 해체 생각 없는 듯 무슨 쇼 하는 건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전남 신안의 해상풍력단지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완전히 가슴 뛰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설비 용량 8.2GW 해상풍력단지를 세운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형 신형 원전 6기의 발전량에 해당한다”고 했다.
국토가 좁은 우리로선 해상 풍력이 꼭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대통령 설명은 심하게 과장됐다. 해상 풍력의 세계 평균 이용률은 33%다(권기영·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평균 수명 40년에 육박하는 미국 원전 90여 기의 2019년 이용률은 93.4%였다. 건설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도합 2.8GW만 완성시켜 미국처럼 가동한다 하면 거의 정확히 신안 8.2GW 해상 풍력 수준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신안 해상 풍력 48조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비 10조원의 다섯 배다. 민간 자본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라 국민 세금이 직접 들어가진 않지만,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전기료를 크게 인상하거나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경로는 달라도 결국 국민 부담이다.
해상 풍력은 진동에 따른 피로 하중 때문에 수명이 25년에 그친다(제주대 풍력대학원 허종철 교수). 그에 비해 신형 원전은 기본 수명 60년에 20년씩 두 번 연장하면 100년짜리 설비다. 신한울 원전 수명 동안 신안 해상 풍력은 서너 번 설비를 새로 짓거나 대대적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실과 거리가 상당히 있는 정보를 전달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영산강의 세종보·공주보·죽산보를 해체하기로 의결했다. 다른 두 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2017년 6월부터 모니터링을 해왔는데 보를 개방한 뒤 물 흐름 개선, 녹조 감소, 멸종 위기종 재출현, 수생태 건강성 향상 등을 확인했다”고 했다. 축구장 161배 크기 모래톱도 생겼다는 것이다. 수질 측정치에 대해선 따로 언급이 없었다. 그런데 야당 의원이 입수한 환경부의 3년 모니터링 보고서를 분석해봤더니 금강·영산강 다섯 보의 수문 개방 이후 6가지 수질(엽록소 BOD COD TP TN SS) 측정값 30가지 가운데 28가지가 수문 개방 이전(2013~16년)보다 평균 29%, 많게는 85%까지 악화돼 있었다.
환경부는 4대강 조사 평가단(8팀 58명), 물관리위원회 지원단(6팀 47명)을 구성해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연구해왔다. 모니터링에는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물자원관 등 기관 8곳도 참여시켰다. 그런데 3년의 모니터링을 통해 수집한 결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수질 측정치는 숨겨놓고 ‘보 해체’ 결론을 발표한 것이다. 발표 예고도 없었고 브리핑 절차도 생략한 채 느닷없이 12쪽짜리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자기들 기대했던 대로 결과가 나왔다면 시끄럽게 홍보했을 것이다.
환경부는 “모니터링 결과는 물 환경 정보 시스템 사이트에 공개해왔다”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이트의 구석에 자료를 끼워넣고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속이는 것 이상으로 교묘하다.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의결이 “만장일치였다”고 했다. 위원 구성 자체가 편향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148쪽짜리 모니터링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은 위원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황당한 것은 정부가 모니터링 결과까지 왜곡해 보를 뜯어내겠다고 하면서도 속마음은 다른 것 같다는 사실이다. 위원회는 보 해체 시기에 대해선 ‘자연성 회복의 장기적 안목과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지역 주민, 지자체, 전문가, 시민 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다루겠다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돌려서 얘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2중 거짓말을 한 것이다. 환경부 장관도 위원회 당일 “(법정 계획 반영, 환경성 검토,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거치면) 4~5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2018년 말까지 보 처리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2018년 시한은 2019년 연말로 늦춰졌다. 2019년 2월 전문가들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보 3개 해체’를 제안했는데, 그때도 보 해체의 경제성 평가 결과가 거의 조작(造作) 수준으로 뒤틀어져 있었다. 그 후 정부는 2019년 8월 발족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결정을 떠넘겼고, 2019년 12월이 되자 환경부 장관은 ’2020년 4월 총선 전후까지 처리 방안을 정하겠다'고 했다. 그게 또 미뤄져 이제야 보 해체 최종 결론이 나온 것인데 ‘시기는 두고 보자’는 것이다. 한강, 낙동강은 아예 기초 조사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월성 원전 1호기도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폐로를 밀어붙였다. 오해 유발, 자료 은폐, 수치 조작 등 정부는 왜 하는 일마다 국민 상대로 이렇게 정직하지 못한 것인가.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억 원대 ‘고급 SUV 외제차’ 렌트해, 3000만 원에 팔아…30대 남성 구속 송치
- 우리은행, 기업대출에 급제동... 조병규 행장 “전략 변화에 사과드린다”
- “곧 상장·수익률 337%” 사기로 89억 챙긴 금융업체 대표 등 기소
- [단독] 김용 ‘구글 타임라인’, 돈 받았다 지목된 날 동선과 2㎞ 오류
- 통아저씨 가정사 고백… “친모, 시아버지 몹쓸 짓에 가출”
- ’허위 인터뷰 의혹’ 구속된 김만배, 법원에 보석 청구
- 롯데하이마트, 3분기 영업익 312억원 “5년 뒤 1000억원대 목표”
- 총선 불법 선거운동 혐의…박용철 강화군수, 첫 재판서 “선거운동은 아니다” 부인
- 평창서 사이드브레이크 풀린 레미콘에 치인 60대 숨져
- 규정속도보다 시속 80㎞이상 과속한 초과속 운전자 102명 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