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높은 곳 찾아.. 美 '좀비 기업'에도 돈 몰려
올 들어 미국에서 정크본드(투기 등급 회사채) 중에서도 가장 신용 등급이 낮은 채권에까지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저금리로 풀린 막대한 시중 유동성이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 움직인 결과로 해석된다. 평소 같으면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거들떠보지 않을 회사채까지 돈이 몰리는 것이다.
1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된 정크본드 중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기준 신용 등급 CCC 이하 회사채의 비율은 15%였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신용 등급을 기준으로 하면 이 비율은 21%였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약 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FT는 “저금리 기조 속에 국채나 우량 회사채의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수익에 굶주린 투자자’들이 위험한 투자처로 몰리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투자처를 찾다가 정크본드 중에서도 위험이 큰 채권까지 흘러들어 오는 셈이다.
일부 투자자는 미국 경제가 빠르게 살아나면서 신용 등급에 관계없이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믿고, ‘베팅’하는 심정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1조9000억달러 규모 경기 부양책이 미국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이다.
덕분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은 연명할 기회를 잡고 있다. 크루즈 운영사인 카니발 코퍼레이션은 지난주 회사채 발행을 통해 35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조달했다. 올레그 멜렌티에프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원은 “지난해는 가장 탄탄한 기업들이 전례 없는 유동성의 수혜를 입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가장 취약하고 위험한 ‘회사채 발행자’들까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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